[충청매일] “일단 각 객주들이 위반한 일의 경중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하겠지만, 우리 도중회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을 때는 전체 회의를 통해 징치를 할 것이오!”

“징치는 어떻게 할 것이오?”

“경미할 경우는 벌점과 금전으로 그 죄를 묻겠지만, 도중회나 동료 객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을 때는 제명하고 상전까지도 몰수할 것이오!”  

최풍원이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우리도 이제 상계인 도중회가 만들어졌으니 공동경비가 필요할 것 아니오?”

“당연하지요. 공동의 회를 꾸려나가려면 기금을 마련해야겠지요. 그걸 어떻게 마련합니까?”

“우리 상계인데 당연히 우리 회원들이 갹출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각자 회비를 걷읍시다!”

회든 계든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어떤 모임을 지속하려면 경비가 필요했다. 그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회마다 가지가지였지만 북진여각 도중회에서는 각 회원들이 각기 회비를 내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여러 객주님들, 우리 북진여각 도중회에서는 회비 외에 각 상전에서 물건을 팔아 매달 생기는 이익금의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걷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최풍원이 여러 객주들을 둘러보며 의사를 타진했다.

“그건 걷어 뭐에 쓰려고 그러는가?”

장순갑이 각 상전에서 장사를 하고 남은 이익금의 일정 부분을 걷어 도중회의 기금으로 삼자는 말에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

“돈만 있다면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소이까? 사람이 살다보면 갑자기 닥치는 큰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입디까. 경사가 생겨도 그렇고 더구나 급작스럽게 애사를 당해 황만한 적이 한두 번입니까? 더구나 우리처럼 산지사방을 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다치는 경우도 많고, 장사를 하기 위해 객지를 떠도느라 우리가 집을 비웠을 때 식구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얼마나 난감하겠소이까? 그럴 때 도중회에 공동 기금이 있으면 회원들을 위해 얼마나 요긴하게 쓸 수 있겠소이까.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 객주들께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해 급전이 필요할 때 이 돈을 우선 빌려다 쓸 수도 있으니 우리 장사꾼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겠소이까?”

“그럼 각 전마다 똑같이 내야하는 거요?”

“그거는 문제가 있을 것 같소이다. 상전마다 취급하는 물건이 다르고 팔리는 것도 제각각일 텐데 어찌 공히 똑같은 금액을 낸단 말이오?”

이번에는 송만중이 말도 안 된다며 이견을 말했다.

“아까 박한달 싸전 객주가 매출의 일 할을 도중회 기금으로 낸다고 공언했으니 우리는 기본만 하고 나머지는 싸전에서 모두 내는 것으로 합시다!”

장순갑이 박한달이 했던 이야기를 빌미 삼아 올가미를 씌우려했다.

“장 객주께서 말을 했으니 박한달 객주의 싸전 문제를 다시 짚고 갔으면 합니다. 박 객주의 싸전은 곡물전과 같이 합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 북진여각의 여러 조건상 싸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 여러 잡곡을 함께 취급하면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신덕기 객주의 세물전에 그릇전을 합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어차피 애경사에 쓰이는 그릇들이 제일 많이 쓰일 테니 합치는 것이 더 요긴할 듯해서 하는 말입니다.”

최풍원이 박한달 싸전과 신덕기 세물전에 물건의 종류를 더 추가해주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째서 대행수는 나한테는 그리 박하게 하고 다른 객주들에게는 후히 하는가? 잡곡을 싸전에 합치는 것이야 그렇다 해도 그릇은 내가 하는 잡화전에 합쳐야 더 구색이 맞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로 빈정 상하는구만!”

장순갑이 꼬라지를 부렸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사사건건 장순갑을 소외시킨 것 같아 장순갑이 그리 할 만도 했다.

“그 대신 각 전의 규모에 따라 도중회에 낼 객주들의 회비는 차등을 두겠소이다. 그리고 회비로 모은 모든 기금은 오늘 이 자리에서 도중회를 결성하고 회원이 된 모든 객주들이 모든 혜택을 받게 될 것이오!”

최풍원이 각 상전과 임방들이 취급하는 물산과 규모, 실적에 따라 회비의 차등 징수 할 것과 쓰임을 밝혔다.

“난 찬성이유!”

“마다할 이유가 없잖소!

“전폭적으로 찬동합니다.”

최풍원의 발표에 모두들 박수를 치며 동조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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