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청주시 아동보육과 주무관]

나에게는 안부가 늘 궁금한 꼬마 애인들이 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아침에 잘 일어났는지, 학교에는 갔는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없었는지….

2008년부터 드림스타트 아동 통합사례관리사라는 이름으로 나는 청주시의 수많은 취약계층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자연스레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러면서 다양한 꼬마 애인들이 생겼다. 간호사인 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과 사랑을 나눠주는 소소한 일을 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며칠 후면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난 시간 동안 만났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가 있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 못 듣고 혼날까 봐 눈치 보며 살아가는 아이들, 아빠가 없어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 술 취해 때리는 아빠를 피해 숨어 숨죽이고 사는 아이들, 엄마의 심한 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부모의 정신질환으로 방임되고 있는 아이들….

가정이 불행하다고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꼬마 애인들 중 아무 희망도 없고 좀처럼 나아질 것 없는 가정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하고 제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보게 되면 아낌없이 응원해 주며 힘을 보태주고 싶어진다.

특히 생각나는 꼬마 애인 하나가 있다. 다섯 살이었던 남자아이. 아빠는 이따금씩 아이를 보러 왔으며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 집에 방문해 보면 아빠가 어린이날 사다 준 장난감들이 한가득. 그 장난감도, 어린이날 아빠도 여섯살부터는 없어졌다. 아이는 아빠를 그리워했고 초등학교에 입학 후 말썽 피우고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고, 동네를 배회하며 밤늦게 들어오는 문제 아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엄마의 속은 타 들어갔고, 나 또한 가슴이 무너지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말쯤 다른 동네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갈 수 있도록 도와 전학을 했다. 아파트 단지 내 지역아동센터가 있어 방과 후 돌봄도 받게 됐다. 환경 변화에 아이가 긍정적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 학교도 잘 다니며, 지역아동센터도 잘 가고, 검도학원도 다닌다. 먹을 것이 있으면 엄마부터 챙길 줄 알고, 무거운 것도 먼저 들어주곤 한다. 엄마를 지켜주고 싶은 아들로 어엿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 이 꼬마 애인은 어린이날이 돼도 슬퍼하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나 말고도 꼬마 애인들을 둔 직원이 8명 더 있다. 어쩌면 꼬마 애인뿐만 아니라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엄마, 아빠들까지도 끌어안으며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너의 편이 돼 줄게’라는 따듯한 마음을 장전하고 출장 가방을 싸서 가가호호 방문을 하며, 보다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어미의 심정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동분서주하는 직원들.

이런 직원들이 함께 하기에 우리의 꼬마 애인들은 오늘 아니 내일도 안녕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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