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장 객주 형님! 어물전은 김 객주가 먼저 한다고 했으니 그리 합시다!”

최풍원이 김길성에게 어물전을 넘기자고 했다.

“동생은 워째 나한테만 그리 박하게 구는가?”

“지 한 행위 보따리는 생각 안 하고 남 탓만 하는구만!”

“본래 남한테는 아무것도 안 해주는 놈이 바라기는 똥싸게 바랜다니까!”

최풍원에 대한 원망 섞인 장순갑의 푸념에 다른 객주들이 외려 반발했다.

“장 객주께서는 잡화전을 맡아주시오!”

최풍원이 어물전 대신 잡화전을 맡아달라며 장순갑을 달랬다.

“그깟 잡화 팔아 뭔 돈이 되냔 말여!”

장순갑이 볼멘소리를 하며 퉁퉁거렸다.

“돈 되는 일이라면 개똥도 줍는 니 놈한테는 잡화전이 딱이구먼. 하기 싫으면 내놓거라! 대행수, 장순갑이가 싫다고 하는데 다른 객주를 알아봅시다!”

김상만이 최풍원에게 잡화전을 다른 객주에게 주자고 했다.

“언제 내가 안 해겠다고 그랬냐?”

장순갑이 화들짝 놀라며 잡화전을 맡겠다고 했다.

잡화전은 만물상이었다. 사람들이 살림살이를 하는 데는 굵직한 물건들도 필요했지만 어찌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물건들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잔매에 골병 든다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서운 법이었다. 집안에 큰살림은 표시라도 나지만 잔살림은 표시도 나지 않았다. 표시는 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 잔살림이었다. 잡화전은 그런 물건들을 취급하는 상전이었다. 남들 눈에는 지지부리하게 보일런지 몰라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그런 본새 있는 장사보다 실속 있는 장사가 잡화전이었다. 그런 걸 모를 리 없는 장순갑이었다. 그런데 최풍원이 잡화전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푸념을 늘어놓은 장순갑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장순갑의 잡화전을 끝으로 북진장에 꾸며질 상전 객주들이 모두 정해졌다.

북진여각 대행수 최풍원, 여각의 직속이라 할 수 있는 북진장의 싸전 객주 박한달, 채마전 객주 복석근, 피륙전 객주 김상만, 약초전 객주 배창령, 세물전 객주 신덕기, 어물전 객주 김길성, 잡화전 객주에 장순갑이 정해졌다. 북진여각의 전초 역할을 할 임방 객주로는 영월맡밭 객주 성두봉, 영춘 객주 심봉수, 제천 객주 차대규, 매포 객주 차대규, 단양하진 객주 우홍만, 장회 객주 임구학, 덕산 객주 임칠성, 양평 객주 금만춘, 서창 객주 황칠규, 황강 객주 송만중, 조산촌 객주 차익수였다.

“이제 우리 북진여각의 상전 객주들과 임방 객주들이 모두 정해졌소이다. 혹시 객주들 사이에 다른 의견이 있으면 지금 말씀해주기 바랍니다!”

최풍원이 최종적으로 발표하기 전 객주들의 다른 의견의 여부를 물었다.

“여각과 장터 상전, 그리고 각 임방들은 상권과 운영은 어떻게 할 작정이요?”

황강 객주 송만중이 물었다.

장사꾼들에게 상권은 농사꾼들의 농토와 같았다. 문제는 농토야 자기 땅임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경계가 있지만 상권이라는 것은 그런 구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장사꾼들 사이에 노다지 일어나는 문제가 상권이었다. 그것도 북진여각의 상조직인 도중회가 출발하며 확실히 해야 할 문제였다.

“여각의 상거래는 상전이나 임방에서 거래할 수 없는 큰 물량만 직접 도거리하고 상전과 임방으로 받은 물건을 모아 충주처럼 큰 고을의 상인들이나 남한강을 오르내리는 경상들, 그리고 한양의 거상들과 직거래하는 일을 할 것이오. 북진장 상전들은 장꾼들이 장으로 가져오는 물건을 매입하고 상전에서만 물건을 팔 것이오. 물론 상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오는 행상들의 물건을 사거나 파는 일도 함께 할 것이오. 또 상전에서 직접 부리는 행상들도 청풍 관내에서만 장사를 할 수 있고 구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을 넘어가 장사를 하면 안 될 것이오. 뿐만 아니라 각 상전 객주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산 외에 다른 물산들을 매입하거나 팔수 없소이다. 각 지역의 임방들은 자기 마을에서 나오는 특산물은 물론 모든 물산들을 매입하고 판매할 수 있소이다. 그리고 모든 상전과 임방에서 매입한 물산들은 반드시 여각에 넘겨야 합니다.”

최풍원이 송만중의 물음에 여각과 상전, 그리고 임방 객주들이 해야 할 일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만약 그것을 위반할 때는 어찌 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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