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동물국회’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회는 2012년 5월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와 국회 폭력을 막겠다며 여야 합의로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한 주간 펼쳐진 패스트트랙 정국의 국회는 스스로 이 법을 난도질했다. 불통 속에 거친 설전만 오갔고 폭력이 난무했다. 아니 예전의 동물국회 이상의 추태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초래했다.

결국 민심이 분노했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참여 인원은 1일 157만명을 돌파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심신미약 감형 반대’ 청원이 세운 역대 최다 기록 119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도 동의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몇 명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어렵다.

청원 참여자들은 한국당이 걸핏하면 장외투쟁으로 정부 입법을 발목 잡고, 소방 예산 삭감으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국민에 대한 막말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법안 처리에 합의해놓고도 그동안 반대로만 일관해 난장판 국회의 빌미를 제공한 한국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성난 민심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와대 게시판의 ‘민주당 정당 해산 청구’라는 제목의 청원에도 1일까지 25만여명이 참여했다. “선거법은 국회 합의가 원칙인데 제1야당을 제쳐주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지정해 물리적 충돌을 가져왔다”는 청원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정치권 세몰이 판으로 악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민심의 반영은 ‘막장 정치’를 더 이상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의지로 읽힌다.

패스트트랙 후폭풍으로 국회는 한겨울을 맞고 있다. 여야 간 무더기 고소·고발로 67명이 수사 대상에도 오를 판이다. 더욱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은 정치적으로 합의해 소를 취하해도 수사는 중단되지 않아 처벌될 수 있다. 자칫하면 내년 총선까지 ‘식물국회’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국회와 청와대 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감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그리고 부당함이 지속되면 선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단죄에 나선다. 곧장 자신의 의견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며 세를 규합한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저만치 앞서가 있는데 정치권의 행태는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국민들은 국회가 여론을 읽고 당면한 개혁과 민생 과제 해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개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민심은 언제든, 누구를 향해서든 폭발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회는 긴장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여의도 정치가 하루빨리 살아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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