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윤 교수의 창]개판
[박홍윤 교수의 창]개판
  • 충청매일
  • 승인 2019.04.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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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개판이란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고 있다. 개판에 대한 다른 의미를 보아도 개(犬)와 연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비속하여 개에 비유한다. 동물 애호가들이 들으면 반갑지 않은 소리이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이 빼먹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소 만큼 길거리에 널려있는 것이 떠돌이 개들이다. 인도의 개들은 낮에는 대부분 길바닥에 들어 누어 잔다. 인도에서 개에 물려죽는 사람이 테러에 의하여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있어도 동물과 함께 사는 인도인들 대부분은 이 떠돌이 개에 대하여 무관심하다. 개도 장소 불문하고 사람이나 차가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잔다. 세상 일에 무관심하다.

이 개들은 낮에는 개별적으로 어슬렁거리거나 잠을 자지만 밤이나 이른 새벽이 되면 떼로 몰려다니면서 지나가는 차를 보거나 사람을 보고 짓는다. 그리고 다른 개들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싸움을 한다. 그 싸움을 보면 말 그대로 개판이다. 자기들은 피아를 구분하여 싸우는 것이지만 무질서하고 난잡하기 그지없다. 개싸움이 나면 개에 물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의 떠돌이 개는 많은 경우 광견병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물리면 많은 고생을 하기 때문에 빨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방책이다.

지금 여의도를 고상하게 표현하여 동물국회라고 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국회가 개판이라는 이야기이다.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법 등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이른바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는 모습이 개판과 닮은꼴이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인도의 떠돌이 개처럼 자기 들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떼로 몰려서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인도의 떠돌이 개처럼 국회는 국민들 일에는 무관심 하면서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싸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와도 국회는 관심이 없다. 인도인들이 개 보듯이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편이나 공수처에 대하여 정치인들이 이야기 하는 것만큼 관심이 없다. 싸움의 모습을 보면 피아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구 개편 법안이 나와도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주의에서 대립하는 정당은 싸워야 한다. 그러나 육탄저지, 막말, 성추행 고소, 쇠망치와 빠루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토론으로 싸워야 한다. 개판처럼 자기 밥그릇 놓고 이전투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욱이 패스트 트랙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하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국회에 쇠망치가 등장하고 빠루가 있어도 그것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서민 경제를 위해서 싸우고, 가지지 않은 사람의 행복과 권리를 위해서 싸운다면 국회가 개판이 된다고 해도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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