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충청매일]옛부터 우리나라 겨울 기후를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 했는데 이제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북서풍이 불어오면 미세먼지는 사라지고 중국 상하이에서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오면 미세먼지가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극심했던 미세먼지가 오는 5월 이후로는 한풀 꺾길 것 같고, 9월 이후 가을이 되면 잊혔다가 다시 화두(話頭)가 되는 것이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가. 미세먼지 입자지름이 10㎛ 이하이면 미세먼지,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구분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폐와 혈관 등에 바로 침투하는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한다. 폐에 흡수된 미세먼지는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데 뇌에선 치매가, 심장에선 심근 경색을 유발한다고 한다. 2015년 기준 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 사람이 1만1천924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세먼지 공포 속에 마음 놓고 숨 쉬고 살 수 있겠는가.

이렇게 건강에 해로운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유입 60~82%, 국내의 발전 및 공장 12%, 자동차 3.8%라고 추정한다. 과학적인 실증적 측정을 정확히 규명한 근거를 가지고 발뺌만하는 중국과 국내 정책에도 강력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지난 3월 초 미세먼지가 1㎥당 239㎍까지 치솟아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정부는 연속비상 저감조치를 발령했지만 중국발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바람 불기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중국책임론이 비등하다. 국민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좌고우민 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공동조사 및 대책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가 공동 노력해야 할 문제인만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미세먼지 연구위원장으로 초청한 일과 과학적 탐사를 위한 항공기 구입은 현명한 판단이다. 앞으로 철저한 조사연구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초미세먼지 일차적 방어막이 돼주는 코 점막과 체모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성인보다 약해 자극을 더 강하게 받는다고 한다. 초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인 데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교실 문을 여러 놓고 수업을 하고, 운동장에서 무방비로 운동을 하고 뛰어노는 것을 본 학부모의 마음이 어떠할까. 국가적 자긍심과 애착을 파괴하는 중대한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민심이 들끓자 뒤늦게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 법령 개정을 한다고 뒷북치던 국회가 지난 3월 15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 범주에 넣어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하고, 일반인도 LPG 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에 공기 정화시설을 의무적 설치를 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늘 그랬다. 대형 화재사고 후 대책이 나오고, 유래 없는 폭염을 겪고서야 재난대책이 뒤 따른다. 미래지향적으로 안전대책을 세우고 철저하게 실천하고 관리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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