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경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민원인의 질문에 대해 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답변을 줘야 하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이다. 법이나 편람 등을 찾아 해결해 보지만 법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나열해놓지는 않는다. 그때는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변 동료나 팀장님, 과장님과 상의하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은 담당자인 내가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처럼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결정 장애’라고 한다. 요즘 현대인 중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결정이 어려워졌다. 선택지가 많으면 더 나은 결정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정을 방해한다.

친구를 만나 식당을 정할 때도 맛집을 검색해 다양한 후기를 보고 고른다. 이렇게 하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지만 대신 내가 선택함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은 줄어든다. 여행을 갔을 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이 가장 맛있었고 기억에 남았던 적이 있다. 남들이 추천해주는 맛집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고른 곳이기에 그 성취감이 커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블로그에서 추천해준 음식점은 생각보다 별로여서 실망했던 적도 있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다수가 좋다는 것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은 낮아지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남들을 따라 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맛있었던 음식이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고민을 충분히 하는 방법이 있다. 대신 상대는 하염없이 기다려주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안에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 또 오랫동안 고민한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면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내 선택을 믿고 실행해 나아가야 한다.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는 의사결정을 할 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원칙을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빠르게 결정 못 할 일이 없어진다. 다소 극단적인가 싶지만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그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를 생각하며, 나를 비롯한 결정 장애를 겪는 모든 사람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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