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 장사 내 식대로 하는데 니 놈이 웬 오지랖이냐?”

“니 눔 장사 니 식대로 하는 건 니 맘이지만, 우리 여각 다른 객주들 얼굴에는 똥칠을 말아야할 것 아니냐?”

“내가 니들 얼굴에 뭔 똥칠을 했다고 지랄이냐?”

“뻔뻔한 눔! 니 놈이 퍼질러놓은 똥을 다른 객주들이 치워주는 줄도 모르고…….”

“남 똥 지랄 말고 니 놈들 똥구멍이나 잘 닦거라!”

“이 눔아! 니 눔이 쫓겨나지 않는 것도 다른 여각과 객주들이 감싸주니 그런 것이고,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니 눔이 장꾼들에게 하는 얌체 짓거리를 우리 객주들이 대신 그들에게 베풀어주니까 덮어지는 거여. 그게 다 니 눔 상술이 뛰어나서 그런 줄 알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어 얌체 같은 놈아!”  

김상만이 대거리하는 것조차 귀찮은 듯이 장순갑을 무시해버렸다. 모여 있는 객주들 중에서도 누구하나 장순갑을 두둔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매일 먹는 밥도 다 지 입맛에 맞는 게 있는 법이고 장사도 다 지 팔고 싶은 물건 지 맘대로 파는 게 당연하지 모둠밥도 아니고 한데 때려 뭉쳐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거여?”

“그렇게 니 맘대로 하고 싶으면 나가서 니 멋대로 하면 될 것 아니냐. 왜 여기 남아가지고 쓰다달다 자꾸 지랄이냐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

장순갑의 궁시렁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며 박한달이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장 객주, 나가서 혼자 밥도 끓이고 죽도 끓여 입맛 닿는 대로 니 맘대로 퍼 드시면 가타부타 낯붉힐 일도 없고 좋겄네!”

“그러게 그러면 되겄네!”

장순갑의 행태를 보고 있던 다른 객주들도 돌아가며 나가라고 몰아부쳤다.

“그렇다는 얘기지, 언제 내가 나가겠다고 한 말이냐?”

장순갑이 수그러 들며 꽁무니를 뺐다.

“순갑이 형님, 형님이 상전으로 들어오기 싫으면 동참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풍원이 회합하는 자리임에도 장순갑을 사적으로 호칭하며 매정하게 말했다. 최풍원은 장팔규로부터 장순갑의 최근 동태를 소상하게 듣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북진여각과 청풍도가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며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풍원도 장순갑의 행보에 주시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북진여각에 피해를 주는 확실한 증자만 잡히면 최풍원도 장순갑을 그대로 두고만 있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대행수, 무슨 말을 그리 섭하게 하시는가. 여각에서 뭐라도 하라하면 할 테니 당최 그런 말 마시오!”

장순갑이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감을 눈치 챘는지 금시 수그리하며 살살거렸다.

“객주님들, 우리 북진은 한양 같은 도성이나 충주 같은 큰 고을과는 사뭇 다르니 거기처럼 상전을 잘게 나눌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우리 북진 인근 산물과 장세에 맞춰 상전을 구분 지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여러 객주들께서는 우리 북진장에 어떤 상전을 만들어야 할지 기탄없이 의견을 내주시오!”

최풍원이 장순갑에게는 일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객주들의 의견을 물었다.

“대행수, 아무리 마을이 작아도 먹고 입을 건 있어야 하니 싸전과 포전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밥만 먹남유, 건건이도 먹어야쥬. 채소전과 어물전도 있어야쥬?”

“그릇을 파는 전도 만들어야지유?”

“소금 없이 살 수는 없으니 염전도 당연히 만들어야지요.”

“제사도 지내고 하려면 모전도 하나 만들면 좋겠소이다.”

교리 신덕기가 말했다. 모전은 과일전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마을이나 집안에 대사가 있어도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힘들어 발을 동동 굴렀는데, 이번에 세물전도 하나 만듭시다. 세물전은 청풍관아 내에서는 일체 없으니 아주 잘 될 것 같지 않소이까?”

신덕기가 거푸 의견을 내놓았다.

마을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시시때때로 혼례나 장례가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많은 물건들이 필요했다. 부잣집 같은 곳이야 평상시에도 워낙에 식솔들이 많으니 큰일이 벌어져도 집안 살림살이만으로도 많은 손님들을 치룰 수 있었지만, 살림이 곤궁한 일반 마을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물건으로는 그 많은 손님들을 치러낼 수가 없었다. 그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세를 받고 물건을 빌려주는 상전이 세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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