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며칠 우리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시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청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기배출시설설치 불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청주시 북이면에 소재한 폐기물처리업체가 시설을 확장하고자 신청했으나 청주시에서 이를 불허처분 하였고, 이에 업체에서 법적인 대응을 했던 것이다. 본 판결은 공익(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어도 불허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듦으로써 향후 미세먼지나 유해화학물질 배출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청주시에게는 환경권 보호라는 희망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숨 쉴 권리가 기업의 경제권에 앞선다는 판결이라고 하겠다.

청주시 주변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시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특히 청주시의 북서쪽에 위치함으로써 겨울과 봄철의 북서풍을 타고 청주시내로 유입되고 있다. 소각장 인근 주민은 물론 청주시내의 많은 시민들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다. 청주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이라면 지역이 받아들여야 할 불가피한 몫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전국 폐기물의 약 18%에 해당하는 물량이 청주시로 몰려온다니 청주시민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왜 청주시로 몰려오는 것이며, 그 많은 폐기물은 어디서 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쓰레기’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새롭고, 편리한 것들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 취급을 받고 버려진다. 그 버려진 것은 어디에선가 묻거나 태우는 등 처리되어야 한다. 새로운 것이 많다는 것은 버려지는 것도 많다는 것을 인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고, 또 인식하고 싶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새로운 것을 사용하고 그로 인해 편리함을 느낄 때 마다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의도적인 외면, 또는 공공으로의 떠넘기기 마음이 작용하게 된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 의도적 외면이 결국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배출량이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불명예를 가져왔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토의 어디에선가는 태워지고 버려져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니면 되는 것이고, 지방에서는 내가 사는 도시가 아니면 된다. 같은 청주시에서도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면 된다.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드넓은 바다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쓰레기 산을 보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류는 버려지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될 것 같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얻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버려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많이 만들고 많이 버리느냐, 불편하지만 적게 만들고 적게 버리느냐를 선택하고 준비해야 한다. 바다로 모질라서 육지에 쓰레기 산이 쌓이는 날에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쓰레기와 함께 사는 인간, 호모웨이스트 시대는 어쩌면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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