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 청주시 청원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선배님, 약주 한잔하시죠.”

우리는 흔히 술에 대한 경어로 약주라는 말을 쓴다. 이것은 아마 술은 몸을 치유하는 약으로 먹어야 된다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로 인해 몸과 마음을 망치고 더 나아가 신세까지 망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술 소비량이 2010년경까지는 1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10위권 밑으로 그나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다행인 것 같다. 그러나 간암 사망률은 아직 세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폭탄주’에 ‘사발주’까지 기형적인 음주문화도 아직 만연하고 있다.

우리 조상이 폭음하지 않고 술을 마심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등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던 것처럼 건전한 음주문화를 넘어 생산적인 음주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직장 상사가 주선하는 술자리를 빠지면 안 된다고 인식해 술자리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며, 윗사람이 권하는 술은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권위주의적이고 의례 지향적인 음주문화가 아직까지는 익숙하다.

술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습관적이고 과도한 음주는 신체 및 정신질환을 일으키며 가정파탄이나 폭력·범죄·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서양의 술 문화는 자기 술잔을 알아서 따라 마시는 자작 문화이고, 중국이나 러시아 사람들은 잔을 마주쳐 건배하는 대작 문화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 문화로, 신라시대에 포석정에 군신이 둘러앉아 돌림 술을 나눴던 것처럼 술을 권하고 술잔을 돌리는 수작을 통해 공동체 일원으로 일심동체를 강화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영국에서 음주는 사회생활의 중요한 한 분야이며 술집은 여가를 즐기고 노는 중요한 공간이다. 마시는 술의 종류도 맥주, 무알코올음료, 탄산음료 등 다양한 음료가 구비돼 있어 자유롭게 음료를 선택하고 대화를 나눈다. 우리나라에서는 쉬지 않고 말만 하는 것은 예의에서 어긋나지만 영국에서는 술에 의미를 두지 않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관계를 규정하는 척도가 된다.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잔에 술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잔을 채워주는 첨잔 방식이 최고의 배려다. 미국에서는 함께 술을 마시더라도 서로 잔을 권하거나 술자리가 2, 3차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술 앞에서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주량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알코올 분해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술을 즐겨야 한다. 바람직한 음주문화란 자기 건강을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 등 피해를 주지 않으며 유쾌하게 술을 마시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술이 가정의 화목과 공동체의 친목을 두텁게 하고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서인 ‘정(情)’을 나누면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사교주’가 되고 힘든 일과의 피로를 푸는 ‘활력주’가 되며, 건강을 지키는 ‘약주’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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