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매포 박 객주 뜻은 충분히 알았소이다. 매포의 다른 장사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겠소이다.”

“대행수 고맙소이다. 나도 그들을 설득해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물산들을 북진으로 올 수 있도록 해보겠소이다.”

박노수가 북진여각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객주님들께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이 자리에서 해보시구려. 무슨 얘기라도 다 들어드리리다!”

최풍원이 객주들에게 어떤 이야기라도 좋으니 허심탄회하게 해보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 장회는 나루터 마을이기는 해도 워낙에 궁벽한 산골이라 사람도 별반 없고 농토도 부실해 별다른 산물이 없습니다요. 그나마 나는 산물이라야 약초 뿌랭이와 겨울철 사냥을 해 나오는 짐승 가죽 정도라오. 그러다보니 경강선은 아예 닻을 내릴 생각조차 않고 장회를 지나쳐 곧바로 하진이나 그 위 상류로 올라가고 있소이다. 또 좀 나오는 물산 따나 청풍이나 단양으로 다 나가버리니 장회에 객주집을 차려도 별반 장사될 것이 없는데 그래도 할러는지요?”

장회 임구학이 자신의 마을에 객주집을 차려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의견을 내놓았다.

“첨부터 기름지고 풍족한 농토에 씨를 뿌리면 좋겠지요. 그렇지만 쇠조밭이라도 파서 자꾸 가꾸다보면 뭐라도 얻을 수 있지 않겠소이까? 누구라도 시작을 해야 뭐라도 거들 수 있지 않겠소?”

“쇠조밭도 쇠조밭 나름이지, 우리 장회는 쇠조밭 팔 땅도 없습니다요!”

임구학이 죽는 소리를 했다.

“그 눔 숨넘어가는 소리 꽤 하네! 임구학이가 괜히 저러는 거지 실상은 겨울 한 철 사냥만 해서도 한해를 걱정 없이 나는 택택한 놈이라오. 우리 하진이야말로 부피만 크고 무거운 산물만 많아 등골만 빼고 있지 실속은 없소이다.”

하진 우홍만이 임구학의 죽는 소리에 실상 힘든 사람은 자신이라며 장사는 실속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장회와 하진은 지척 간이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였다. 남한강 뱃길을 통틀어 장회나루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은 없었다. 장회 바로 아래의 내매나루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경치는 선경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비경 중 비경이 펼쳐졌다. 강가에 수직으로 곧추선 기암괴석의 하얀 절벽에 수천 년은 족히 넘었을 법하게 붙어 자라고 있는 기기묘묘한 소나무가 마치 푸른 대나무순처럼 보인다하여 이름지어진 옥순봉을 돌아서면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천길 낭떨어지기를 이루며 솟아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물 가운데 떠있는 기암절벽의 바위 모양이 흡사 거북이가 헤엄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구담봉이라 이름 지어진 천하절경이 펼쳐진다. 이곳을 유람하며 즐기는 뱃놀이는 천하제일이라 하여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봄날이나 온 산천이 불타듯 물 드는 가을철에는 양반 한량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이곳이었다. 이처럼 천하제일강산을 가지고 있는 장회이지만 먹고사는 것이 다급한 백성들에게는 절경보다 부쳐 먹고 살 땅 한 평이 더 절실한 형편이었다.

장회나루에서 제비봉을 지나 강 건너 말목산을 돌아가면 외중방을 지나 꽃거리가 나오고 꽃거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하진나루가 나온다. 장회와 하진은 지척 간이어서 숩시 오가다보니 우홍만과 임구학은 친구처럼 트고 지내온 사이였다.

“실속이 없어도 푸짐하게 먹는 것이 대수지, 아무리 실속이 있다 한들 먹을 게 부실하니 그게 문제 아니냐?”

임구학이 우홍만의 말을 받아 실속도 실속 나름이라고 받아쳤다.

“장사가 실속도 중하고 푸짐한 양도 중하겠지요. 장회와 하진 객주, 두 곳에는 그걸 감안할 테니 우리 북진여각의 일원이 되주시겠소이까?”

최풍원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도 해준다 하고 저것도 해준다 하고 안 되는 게 없으니 대행수는 도깨비 방맹이라도 지니고 있소이까? 그렇게 모든 게 말처럼만 된다면 못 벌 놈이 어딨소? 도대체 뭘로 어떻게 여기 모인 객주들 청을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말이오?”

송만중이가 최풍원에게 따져 물었다.

“이보시오, 송 객주! 이만한 장사를 하며 여기에 여러 객주들을 모이게 해놓고 그만한 복안도 없이 불렀겠소?”

최풍원이 사사건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송만중에게 짜증이 난 듯 말투가 거칠어졌다.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니오이까? 구체적인 복안을 내보여주시오!”

송만중도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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