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렇지만 매포는 나루터뿐만 아니라 육로를 통해서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다. 많은 물건들은 배로 오갔지만 골골이 작은 마을들이 많은 매포 특성상 배보다는 사람들 발이 더 유용한 곳이었다. 잔매에 골병 들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큰 물량은 눈에 띄었지만 소소한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들 살림살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아장쟁이 미음으로 쌀 한 섬을 먹는다고 먹느니 안 먹느니 매일처럼 먹고 쓰는 살림살이가 제일로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 무서운 살림살이를 하는 집들이 매포 언저리에는 골골마다 모여 있으니 장사꾼들이 그런 매기 좋은 곳을 놓칠 리 없었다. 매포뿐만 아니라 인근의 장사꾼들까지 물건을 이고지고 팔러 다니니 박노수 말처럼 매포에 장사꾼들이 반은 된다는 말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매포 박 객주 말은 그 장사꾼들에게 뭐라도 사탕발림을 해줘야 한단 말 아니요?”

“그렇소이다.”

“그게 다 자기 잇속 차리려고 그러는 거 아녀?”

송만중은 박노수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했다.

“세상에 지꺼 안 아까운 놈이 어디 있소이까. 더구나 장사꾼이 이득이 남지 않는 일을 뭣하러 하겠소이까. 그렇지만 자기 욕심만 부린다고 돈이 벌리더이까. 자기만 똑똑하고 세상 사람들은 바보멍청이들이오? 세상은 다 주고받는 것이오. 세상에 공짜는 없소이다. 내가 매포 장사꾼들에게 사탕발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나한테 돌아올 이득을 생각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북진여각에도 도움을 주기위해서요!”

“장광설로 자기 속셈을 감추려하지만 송 객주 말처럼 박 객주 속내는 따로 있는 것 아니오?”

장순갑이 톡 때리고 싶을 정도로 야짓잖게 물었다.

“아닌 얘기로 나와 매포 장사꾼들은 지금 이대로 장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소이다. 북진여각에 들어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우리 매포 장사꾼들에게 도움이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오. 그렇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앞날을 위해 불안한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장사해먹고 사는 게 안전하지 않겠소이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뗏꾼 김상만 친구의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오. 물론 내게도 이득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온 것도 사실이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도 더 이득이 생기고 여기 여각에도 더 도움이 되려면 매포 장사꾼들의 실태를 알려주고 그들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 하는 말이오. 한 마을에서 여적지 장사를 하며 호형호제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오. 더 좋은 조건이라면 그들도 함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 아니오이까?”

박노수가 장순갑뿐만 아니라 여각에 모인 모든 객주들을 향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양이 쥐 생각이지. 남을 속여야 먹고사는 장사꾼이 남 생각은 무슨 남 생각이여.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지만 잘 먹고 살면 된다는 속셈이겠지. 애비 에미도 속여먹는 게 장사여!”

장순갑은 자기의 생각을 조금도 바꾸려하지 않았다.

“암만 장사라 하지만 모두가 장 객주 같지는 않소! 지 먹을 만큼만 먹으면 되는 것을 지가 한 일보다 과하게 먹으려니 남을 속여먹는 것 아니오. 그러니 장사꾼은 지 애비 에미도 속여먹는다고 욕을 얻어먹는 거요. 그러니 세상으로부터 사람 취급도 못 받고 개처럼 욕을 얻어먹고 사는 것이오!”

김상만이 장순갑을 몰아세웠다.

“여기는 장사꾼이 아니라 성인군자들만 모여 앉았구만. 그렇게 성인군자 소리를 듣고 싶으면 서책을 들고 다니지 등골 빠지게 짐은 왜 지고 천지사방을 돌아다닌 디야?”

장순갑이 비아냥거렸다.

“땅이나 파며 근근이 살던 놈이 돈 좀 만지게 되니 세상 사람들이 조막 만하게 보이는가보지. 그래 사는 놈은 그래 살게 내벼 둬! 개꼬리 묻는다고 족제비 털 되겠는가? 김 객주 내버려 둬!”

박한달이가 장순갑 말을 무시하며 김상만하게 대꾸도 말라고 했다.

“그럼 내가 개꼬리란 말이냐?”

장순갑이 눈깔을 부라리며 이번에는 박한달에게 찍자를 붙었다.

“니놈한테는 개꼬리는커녕 쥐꼬리도 아깝다!”

박한달의 말을 듣고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박장대소했다. 장순갑이 핏대를 올리며 뭐라 욕지거리를 해댔지만 사람들 웃음소리에 묻혀 무슨 욕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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