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각자 내비침에 따라 올해 안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에서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시간표)을 제시하고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후 나온 김 위원장의 공식 반응으로,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미국의 입장과 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미국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만큼 좋은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의 불협화음을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셈법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로드맵 해법인 ‘일괄타결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수용하거나 최소한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협상)’, ‘얼리 하베스트(연속적 조기수확)’를 지지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진심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정부의 ‘충분히 좋은 협상’에 합류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미국은 최대한을 얻으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얻거나, 무산되거나를 택하겠다는 배짱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달리 너무 빨리 진행되면 협상 시간을 맞출 수 없다며 절차와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반면에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일괄타결을 주장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북한이 올 연말까지로 시한을 못 박은 것은 내년부터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북한이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11월 대선까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을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아 북한도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나 트럼프 2기와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과 대북제재 원칙이 견고하고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북제재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미가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해 얼굴을 맞대고 푸는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 부디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에 좋은 가교역할이 돼야 한다. 북미관계가 위태로운 곡예처럼 더 이상 불안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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