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나는 영춘 용진나루에서 목상을 하는 심봉수라 하외다. 목상이라고는 하지만 허울에 불과하고 한양 목상들 뒤치다꺼리나 해주고 낙전이나 주워 먹고 있소이다. 벌목에서 떼를 묶어 한양까지 운반해주는 힘든 일은 다하고도 낙전이나 먹는 것은 밑천이 없어서 그렇소이다. 나 같은 목상도 북진여각에서 도와줄 수 있소이까?”

영춘에서 나무장사를 한다는 심봉수가 물었다.

“북진여각에서는 우리 객주들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할 것이오. 여각에서 어떤 일을 도와야하는지 같이 한 번 상론해 보십시다!”

“대행수, 목상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이오. 현재 한양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일반 목재는 북한강이나 남한강 상류 벌목장에서 조달되고 있는데 그 주인들은 모두 광나루에 터를 잡고 있다오.”

한때 남한강을 오르내리며 뗏목을 몰았던 김상만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벌목장 실태를 최풍원에게 알려주었다.

“그럼 벌목장은 어떻게 운영되는 거지요?”

“마름이나 마찬가지지. 지주는 큰고을에 살며 농사는 마름에게 맡기도 마름이 소작농을 부리는 것처럼, 정작 산지 벌목장을 가지고 있는 목상들은 한양에 있으면서 현지에 새끼 목상을 두고 벌목장이나 나루터 뗏목장을 맡기는 거지요.”

“벌목장도 농사나 마찬가지로 부자나 양반들 차지구려!”

“조선 땅에서 백성들이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 밖에 더 있소이까?”

심봉수가 볼멘소리를 했다.

“지 맘대로 하지도 못하는 몸뚱아리를 지 몸뚱아리라 할 수 있소. 우리네 몸뚱아리는 나라에서 부르면 나라꺼고, 양반님이 부르면 양반꺼고, 지주님이 부르면 지주꺼니 어찌 지 몸뚱아리라 할 수 있겠소? 영춘만 그런 게 아니고 영월 태백산에 있는 산판도 다 마찬가지라오!”

성두봉도 심봉수 이야기에 동감했다.

“당장이야 어려운 일이지만 심 객주가 영춘에 임방을 하겠다면 차차 생각을 해보겠소. 뗏목장에 임방을 열고 사람들을 잘 규합해둔다면 기회가 올 테니 기다려보시오!”

최풍원이 심봉수에게 확답은 주지 못했으나 언지는 주었다.

“우리 매포는 북진여각에서 특별히 관리해주겠다는 약조가 없으면 나는 객주를 할 의향이 없소이다!”

매포에서 온 박노수가 자신은 특별 관리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어딜 가나 꼭 저런 사람이 있단 말여. 하면 다 똑같이 해야지 마빡에 금테를 둘렀나 왜 자기만 뭘 더 바란단 말이여?”

송만중이 고슴도치처럼 털을 세우며 막아섰다. 말로는 사사건건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북진여각의 일에 가담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건 송 형 말이 백 번 옳구먼. 뭐든지 일은 공평해야지 뒷탈이 없는 법이여!”

장순갑도 송만중이 편을 들며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그렇게 공평한 걸 좋아하는 놈이 뒤로는 제 잇속만 차리려고 눈알이 벌겋냐?”

박한달이 장순갑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매포 박 객주가 저런 말을 할 때는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이니 더 들어보고 난 후에 떡을 주던지 매를 주던지 하십시다!”

박노수를 추천했던 조산촌 차익수가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이유를 더 들어보자고 했다.

“매포는 임방만 하나 차려놓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오. 매포에서 나오는 특별한 산물은 없지만, 매포는 마을 사람들 반수가 나루터에서 사람들을 뜯어먹고 살고 있소이다. 그만큼 왕래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 아니겠소이까? 그러니 매포에 임방을 하나 차린다고 거기서 취급되는 물산들이 여기로 온다는 보장이 없소이다!”

박노수가 단언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오?”

“매포를 터전으로 삼고 있는 장사꾼들에게 환심을 얻어야겠지요.”

“어떻게 환심을 산단 말이오?”

“장사꾼들에게 환심을 사려면 한가지 밖에 더 있겠소이까?”

“그게 뭐요?”

“그게 뭐겠소이까. 장사꾼들에게 사탕발림을 해서라도 우선은 환심을 사야지요.”

박노수의 말은 이러했다.

매포에 유독 장사꾼들이 많은 이유는 그 위치에 있었다. 비록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는 하지만 매포 인근에는 영월·영춘·단양·청풍·제천 같은 결코 작지 않은 고을들이 있었다. 제천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을들이 남한강 물길로 연결되는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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