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주시 흥덕구 산업교통과

올해로 자동차를 운전한 지 11년째가 된다. 여러 차종을 운행하며 휘발유 또는 경유를 주유하기 위해 주유소를 수백 차례 방문했다. 수백 차례 방문하는 동안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면 움직인다’라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주유소 업무를 담당하며 그간 내 생각은 1차원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유소에서 파는 석유는 휘발유, 경유, 등유로 세 가지이다. 하지만 이 세가지 석유에 유종마다 품질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휘발유는 옥탄값, 증기압, 각종 화학물질의 함량 등 16가지 기준이 있다. 경유는 유동점, 인화점, 동점도 등 17가지 기준이 있다. 등유는 인화점, 증류성상, 연점 등 7가지 기준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기준을 세워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차량에 생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품질 기준 중 한 가지 기준이라도 만족하지 못한 석유를 주유하고 사용한다면 엔진 부조화, 시동 꺼짐, 소음 및 진동 등 비정상적인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모든 품질기준이 중요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기준이 있다. 휘발유의 증기압과 경유의 유동점이 그것이다. 이 두 기준만 계절별 기준이 적용된다. 휘발유의 경우 증기압의 여름용 품질기준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겨울용 품질기준은 10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이다. 경유는 까다롭다. 겨울용뿐만 아니라 혹한기용까지 계절 기준이 나뉘어 있다. 유동점의 겨울용 기준은 -18도 이하(1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혹한기용 기준은 -23도 이하(1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 그 외 기간은 0도 이하이다.

품질 기준에 맞지 않는 석유를 사용하면 여름철에 휘발유의 증기압이 높으면 엔진 내부에 과도한 증기가 발생해 연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증기 폐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유해가스가 과다하게 배출될 수도 있다.

계절별로 나뉘어 있는 품질 기준으로 인해 주유소 업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계절 기준이 바뀌는 7월과 11월에 품질 부적합으로 적발되는 주유소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품질 부적합으로 적발되면 행정처분의 경우 1차에는 경고, 2차부터는 사업정지에 처할 수 있다.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분에도 해당해 주유소 업주들을 옥죄는 것이다. 품질 기준에 맞는 석유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품질 기준에 맞추기 위해 탱크에 있던 석유를 전량 수거하고 해당 계절용 석유로 채워야 하나 정유사에서 운송비용 및 보관 문제 등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석유를 교체한다 해도 교체 과정에서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래서 계절 기준일이 바뀌기 전에 계절별 품질 기준에 맞는 석유를 구매해 주유소에서 자체적으로 혼합해 품질 기준을 맞추고 있으나 판매량 저조 등의 이유로 일부 주유소의 석유가 품질 기준을 맞추지 않아 적발되고 있다.

석유 소비자는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재산인 자동차에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석유 판매자 또한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사업에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석유 소비자와 석유 판매자가 윈윈(win-win) 하려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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