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리 북진여각에서는 객주님들의 상전과 임방에 선 물건부터 대주고 물건 값은 팔린 다음 후에 받을 것이오!”

최풍원이 객주들에게 제시한 선 물건 후 지불 방식은 이미 북진본방을 만들었던 초기부터 상전 객주들과는 해오던 것이었다. 그러나 임방 객주들에게는 새로운 장사 방법이었다. 새로운 방법일 뿐 아니라 임방 객주들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거래 방법이었다. 지금까지 전통의 상거래 방식은 이러했다. 보부상 같은 떠돌이 행상들은 나루터에 정박한 경강상인들이나 도가의 상전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원거리를 돌며 물건을 팔았다. 이들은 일정한 거처를 두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물건을 거저 대주지 않았다. 뜨내기나 다름없는 행상들에게 선 물건을 대준다는 것은 돈을 한길에 내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십중팔구는 잃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경상들이나 상전 주인들이 행상들과 거래를 할 때는 철저하게 돈이나 현물 거래였다. 따라서 행상들은 지불 능력이 없으면 물건을 뗄 수 없었다. 더구나 처음 시작하려는데 밑천이 없는 행상들은 큰돈이 들어가는 장사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설령 밑천이 좀 있어 장사를 시작했다고 해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끊임없이 들어가는 것이 장사였다. 그런데 장사를 하다 혹여 큰 손해라도 보거나 지치게 되면 당장 손님들이 찾는 물건도 살 수가 없으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북진여각에서는 장사를 하려는 객주들에게 물건부터 대준다고 하니 귀가 번쩍 뜨일 일이었다.

“여기 있는 객주들만 스무 명이나 되는데, 여기 모든 상전과 객주들에게 그렇게 한단 말입니까요?”

북진여각에 모인 객주들 중에는 그래도 나이가 어린 항아리 장수 금만춘이 물었다.

“앞으로 북진 장마당에 만들 상전 객주들과는 이미 해왔던 일이고, 우리 여각의 임방 객주가 된다면 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그리 할 것이오! 이제 우리 북진본방도 그 정도 여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소이다!”

최풍원이 여러 객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망설일 필요가 뭐 있겠소이까? 밑천도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다는데 거둬들인 물산이야 당연히 여각으로 가져와야지요!”

“그렇구 말구. 우리가 아무리 길거리를 떠돌며 사는 구리구리한 인생들이라지만 남 덕을 보고 제 잇속만 차린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제! 나도 그리 하겠소이다!”

각지에서 온 임방 객주들이 하나 둘 최풍원의 뜻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아, 장사가 그렇게 말만으로 되는 일인가? 그렇게 하려면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리 쉽게 휩쓸리는가?”

송만중이 다른 객주들을 질타하며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

“송 임방은 뭐가 자꾸 문제라는 거요!”

김상만이 끼어들며 송만중에게 신경질적으로 따져 물었다.

“지금 오가는 얘기는 다 좋소. 하지만 생각을 해보시오. 지금 오가는 얘기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오던 거래는 몽땅 끊어버리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오. 내 얘기는 당장 현실적으로 부닥칠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요. 지금까지 우리는 여러 곳에서 물건을 떼다 팔며 장사를 해왔소. 그런데 그런 거래처를 일시에 끊고 북진여각하고만 거래를 하라고 한다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잖소. 종자 물건을 여각에서 대어준다 하나 만의 하나 앞으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물건을 떼 오던 거래처를 다 끊어버린 후에 어디서 물건을 받아 장사를 한단 말이오. 그럴 경우는 어찌 하겠소이까. 그런데 내 생각만 잘못됐다 할 수 있소이까?”

“그렇기도 하겠구려.”

“장사라는 게 어디 변수가 하나 둘이여야지.”

“나도 지금가지 나루에 오는 배장사와 청풍도가로부터 물건을 받아 장사를 해왔는데 거기를 모두 끊었다가 여각에서 물건이 딸리거나 문제가 생겨 물건이 끊기면 두 손 붙들어 매고 장사를 작파하는 것 아니오?”

송만중의 이야기에 객주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송 객주와 여러 객주들께서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오이다. 일단 경상들이 북진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시오. 일단 종자 물건은 충주 윤 객주 상전으로부터 받을 것이오. 그곳 상전에서도 웬만한 물건은 어지간히 구할 수 있을 거외다. 윤 객주 상전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은 다른 상전에서 구하면 될 것이오! 그리고 이번 한양 갔던 길에 거리를 터놓은 경상들도 있소이다. 우리가 물량만 확보해놓는다면 언제든 그들을 이리로 불러들일 수 있소이다.”

최풍원이 자신있는 말로 객주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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