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앞 문암생태공원에는 몇 그루의 못생긴 단풍나무들이 있었다. 생육상태가 좋지 못해 가지나 줄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이곳은 2000년까지 청주시 생활쓰레기매립장으로 운영되던 곳으로 땅속에서 열이 발생할 수도 있고 양분이 적고 척박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무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었다. 에코콤플렉스 개관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행사의 콘셉을 ‘못생긴 나무들의 다시 푸른 숲’으로 정했다. 지금은 생육이 불안정하지만 함께 노력해서 잘 가꾼다면 언젠가는 든든한 나무로 자라날 것이라고. 지금도 에코콤플렉스 환경기본교육의 제목은 ‘환경을 지키는 든든한 나무’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시 공원관리부서는 이 아픈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2016년의 일이다.

못생긴 단풍나무는 베어졌지만 생태공원 펜스 밖 사면에 자생하고 있는 몇 그루의 버드나무들이 위안을 주었다. 생태공원 둘레를 따라 오래전부터 버드나무들이 자생하며 군락을 형성해 왔었는데, 이 나무들도 몇 년 전 매립시설을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모두 벌목하였다. 그 때 벌목 위기를 피해 몇 그루의 버드나무가 살아남았다. 에코콤플렉스의 경관과 생태, 체험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최근까지 지켜온 나무들이다. 버드나무는 신축건물과 제법 어우러져 자연적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새와 곤충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였다. 봄에 물이 오르면 호드기를 만들어 불어보게 하는 체험교육의 재료가 돼주기도 하였다. 그런 나무였는데 어느날 새벽 모두 잘라졌다. 잘라진 자리에는 작은 측백나무들이 심겨졌다. 나무를 심기 위해 스스로 자란 나무를 베어버린 것이다. 2019년 식목일 5일 뒤, 역시 청주시 공원관리부서가 한 일이다.

나무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나무는 생태계의 기반인 생산자이다. 광합성을 통해 탄소화합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생태계의 영양분을 제공한다. 나무는 숲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기둥이자 지붕이기도 하다. 큰비에 토양이 떠내려가지 않게 막아주고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는 그 자체로 다른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돼주기도 한다. 곤충과 새들의 서식지이다. 나무는 환경조절자 역할도 한다. 산소를 공급해주고 더운 공기를 식혀주고 물을 정화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나무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억제해 주기도 하며 요즘 크게 부각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저감해 주는 기능도 한다. 그 소중함에 비해 우리는 너무 쉽게 나무를 대한다. 문암생태공원의 예가 아니어도 마음 아픈 사례는 많다. 민원 때문이었을까? 무심동로에 연두빛으로 흩날리던 아름드리 수양버들은 어느날 모두 사라졌다. 20여년 논란 속에서 버텨왔던 무심천과 미호강 안의 갯버들 군락은 2017년 홍수 복구사업 명분으로 대규모 벌목의 대상이 되었다. 푸른 청주의 상징이었던 플라터너스 가로수길은 도로확포장을 이유로 여기저기 잘려지고 이리저리 옮겨져 이제는 온전한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청주시는 공원 일몰제에 대비해 8개 도시공원에 대한 민간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공원면적 30% 가량은 아파트단지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잘려나갈 나무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지. 나무를 새로 심는 것이 중요한가, 있는 나무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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