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청탁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착한 사람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착한 사람 위주로 살아 갈 수 없다. 강력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가 뉴스화되면 그 파장이 워낙 강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착함의 존재를 잊게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사회부조리 척결에 공권력을 총동원 했음에도 특히 선거제도의 병폐인 떡고물을 나누어 먹는 한 어느 정권이던 간에 청산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는 하지만 공무원을 비롯한 공사업체, 기업, 대학, 병원 등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는 이른바 봉건시대 사족(士族)처럼 금수저들에게는 암묵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환경부장관 보좌관이 환경공단 공모 전에 청와대를 찾아가 상의를 하고 대통령 대선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다소 시끄럽다. 문화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스타-CEO 등이 연루된 초대형 대입비리 등 시대와 나라에 관계없이 부정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비리는 빙산의 일각 뿐 역사가 존재하는 이러한 병폐는 국적을 불문하고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 현직 고위직의 자제를 특채한 과정 뿐만 아니라 특채로 뽑힌 이들이 정규직 전환과정까지 조사하여 채용자체를 무효화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오죽했으면 매점매석은 과거의 역사에서도 청산하지 못하자 아예 적절한 방법으로 제도화하기도 했다. 향리의 순수한 효행자 선발을 목적으로 했던 효렴제(孝廉制)나, 과거 시험에 의하지 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는 음서제, 정치적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공무원을 선발하는 엽관제(獵官制)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잘못된 권력의 증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병폐로 부모를 잘 둔 자녀에게 권력을 대물림시키는 사회 불평등의 요소를 낳았다. 채용시험은 물론 승진후보자의 근무성적평점을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서열명부 조작 등 인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확고하지 못하므로 반드시 공개해야 하며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인사공정의 합리화 막고 전문성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이 나라를 지배하는 돈, 권력 연줄이 좋은 특권층은 현대판 양반이다. 그렇다고 과감한 개혁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토론을 거쳐 점진적으로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오늘날 이슈화 되는 부정채용과 같은 일은 옛 사람들도 일찍이 겪었듯이 시대적 상황만 다른 뿐 방식은 서로 비슷한 데가 있다. 이는 아무리 과학첨단시대에 산다 해도 사람의 천성과 감정이 같기 때문이고 시대의 흐름의 변화가 대략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를 강구하는 것도 좋지만 옛 사람이 일찍이 겼었던 도덕적 몸가짐을 중요시했던 인사제도를 잘 살펴 오늘의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와 윤리적인 양심만 있으면 된다는 유교적인 처방은 현실에 맞지 않다. 또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다고 처벌만 강화하면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쉽게 사라질 것이라는 성급한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사람들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피해가는 방식을 찾고 또 다른 부조리를 행하는 등 인간 세상의 다양성에도 늘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것이 진짜 사람 중심이 되는 세상이며, 강력한 법으로 처벌을 하는 것만이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지러운 난세(亂世)에는 착한 사람 보다 못되게 구는 사람이 확실히 힘이 있어 보인다. 착한 사람은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도 않지만 나쁜 짓을 하면 어느 순간에 터질지 늘 불안하다. 나를 바꾸고 내주변의 세상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사회가 나를 몰라준다고 억울해 하지 말고 나 자신부터 의식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세상 살기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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