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큰 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은 쟁점이 첨예한 선거법개정안과 소위 묻어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가 추진된다는 얘기까지 있습니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큰 우려가 앞섭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국민’에 있습니다. 수사권, 형벌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앞에서 어떻게 약자인 국민을 보호할 것이고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아래 인권탄압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핵심인 것입니다. 단적으로,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자를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고 마녀몰이식 사냥을 하는 것을 보면 수사기관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 막강한 힘을 어떻게 적절하게 제어하고, 본연의 의도에 맞게 사용하게 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도록 하느냐!’이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논의의 흐름을 보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잽싸게 합의안을 만들고 그 통과안을 마치 국민의 명령이라 포장해 처리를 독촉하는 모양새가 심히 좋지 않습니다. 또한 그 실질 내용에 있어서도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고 누가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수사권을 갖느냐 등 결국은 국민을 팔아 검찰이든 경찰이든 자신들의 힘을 보강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모습에 국한돼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실상 그나마 검·경의 힘에 맞서 피의자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변호사단체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력한 국민을 대변하고, 실제 조사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역할을 하다보면 누구보다도 어떻게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는지에 대해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단체의 발전의 역사가 국가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정의를 수호하고, 인권보호에 있었다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 변호사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 남용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변호사 단체가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논의의 과정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민정수석과 함께 뚝딱 만들어 냈습니다. 교묘하게 국민의 여론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 근원에는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이용해서 은근 슬쩍 경찰에게 힘을 이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개탄할 일입니다. 법무부는 검찰을 관리하는 곳이고, 행정안전부는 경찰을 관리하는 곳인데 그들의 합의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요? 힘의 ‘적절한 사용’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힘을 갖을 것이냐’에 대한 나눠먹기식 합의가 아닌지 의심합니다.

외과의사가 수술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나마 일선에서 국가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들이야 말로 어떻게 하면 국가가 그 권한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고 ‘남용’을 막는 제도를 확립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논의의 과정에서 반드시 적어도 국민의 편을 대변할 수 있는 의견이 반영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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