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 4일 밤 시작된 강원 일대의 산불이 사흘간 축구장 넓이 742배에 달하는 산림 530㏊를 태우고 꺼졌다. 주택 401채가 불타고 창고 77채, 관광세트장 158동, 축산·농업시설 900여 곳이 소실됐으며 2명이 사상했다.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조사가 좀 더 정밀하게 이뤄진다면 피해는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날이 지날수록 재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 지역에서 매년 발생하는 산불은 자연현상에 의한 천재인 경우도 많지만, 제때 대처하지 못해 화를 기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산불의 경우 강한 바람 등 기상악화 속에서 나름 발 빠르게 대처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 민·관의 대응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소방차 820대, 헬기 51대가 전국에서 총동원됐다. 소방공무원 3천여명과 의용 소방대원, 산림청 진화대원, 군인과 공무원·경찰 등 1만 4천여명이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 산불이 발생한 후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인원은 총 2천617명에 이른다. 4일 390명, 5일 1천835명, 6일 392명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에서 모이는 자원봉사자들의 빠른 손길도 큰 도움이 됐다.

강원 고성·속초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진화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면서, 큰 인재(人災)를 막아낸 소방공무원들의 처우에 또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원 일대 산불 진화작업이 한창이었던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올라왔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가 당초 지난 1월 시행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소위 문턱에 막혀 현재는 계류 중인 상태다. 군·경찰과 같이 국가안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의 경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에 소속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지난해 7월 기준) 중 국가직은 631명(1.3%)지만 지방직은 4만9539명(98.7%)이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장비에 차이가 나면서 상당수 소방관이 격무에 시달리거나 충분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 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강원 대형 산불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서비스의 품질만큼은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는 하루 빨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재난 지역 주민들이 실제 지원까지 터무니없이 오래 걸리는 늑장 행정으로 또 한 번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재민 722명은 21개 임시시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불 방재 체계 점검도 서둘러야 한다. 밤에도 투입할 수 있는 헬기 확충과 산불 지역에 살포할 방화제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낙엽에 불을 붙인 50대에게 최근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틀에 박힌 산불 조심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방화나 실화에 대한 엄정한 처벌도 필요하다. 이번 산불의 경우 피해 면적이 넓은 만큼 복구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재민들의 생활한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불발생 원인을 찾아 재발방지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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