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가 끝났다.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 대부분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 숨가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설 명절은 각지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 1년을 회고하고 새로운 1년을 설계하는 시간이지만 극도로 침체된 경기로 인해 그렇지 못한 서민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누구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연휴 내내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집안의 며느리들이나 혼기를 놓친 노총각·노처녀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한 미취업자나 멀쩡하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은 실직자들,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따라서 이번 연휴기간동안의 민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휴 내내 각 가정이나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의 화두는 단연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이었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취직하지 못한 구직자 5명 가운데 3명이 설 연휴 때 귀향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나왔을 정도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기 부진의 여파가 설 분위기에 직격탄을 날렸고 서민들은 여유를 잃은 채 연휴를 보냈다. 이런 서민들의 심정이나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침체를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권은 설 연휴에 앞서 ‘민심잡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매년 명절 때면 되풀이 해 왔던 것이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 같아 기대가 많았다.

그렇지만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다. 몇몇 정치권 인사들이 재래시장 상인이나 작업현장의 근로자 손이나 잡고 연휴 때 더 바쁜 군부대나 경찰서 등을 방문해 카메라 앵글을 쳐다보며 ‘억지 미소’를 짓는 그들의 모습이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었는가. 심각한 서민경제 속에 정쟁만 일삼아 온 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서민들의 심정을 안다면 제대로 된 민심잡기에 나서야 한다.

대폿집에 앉아 술김에 내뱉는 불만을 들어보고 서민들의 생활 속에 직접 뛰어 들어 밑바닥 민심에도 귀를 기울여라. 그들이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민심을 바로 보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이 나오고,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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