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 문제는 오늘 모이신 객주님들께서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추천을 해준 객주들께서 누구보다도 잘 알테니 그들을 직접 찾아 우리 북진여각의 전후 사정을 소상하게 얘기해주고 함께 할 의향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찬동을 한 임방 객주들은 모일 모시에 모두 북진여각으로 모이라고 기별을 해주시오. 그날은 상전 객주들도 모두 모여 오늘 끝내지 못한 논의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오. 여기 계신 객주님들 어깨에 우리 북진여각의 앞날이 걸렸습니다.”

최풍원이 객주들에게 잔뜩 짐을 지웠다.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겠지만, 여적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힘들지 않은 적이 있소이까? 닥치면 또 꺼나가야지요!”

김상만이 최풍원의 말을 받아 객주들을 독려했다.

“혼자 못하면 둘이, 둘이 못하면 셋이 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쮸. 여러 객주님들 힘을 모아봅시다!”

박한달이 김상만의 독려에 힘을 불어넣었다. 최풍원이 딱히 힘든다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세월을 오래 겪어온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북진임방에서 북진여각으로 바꾸는데 이름만 달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북진여각의 이름에 걸맞게 여각 규모도 맞춰야 했다. 최풍원은 북진에 상전를 만들어 장마당도 만들고 본방시절 청풍 인근에 만들었던 임방들을 모두 해산하고 임방주들을 북진 장마당 상전으로 불러들여 장사를 활성화시킬 요량이었다. 임방을 해산했다고 해서 모두 끝나는 게 아니었다. 기존의 임방을 해체한 대신 지역을 넓혀 다른 마을에 임방을 새로 설치하고 그곳을 맡을 책임자 객주도 선정해야했다. 사람을 쓰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우려도 족하지 않은 것이 그 일이었다. 장사가 좋은 물건만 팔면 그뿐이었지만 그 물건을 파는 주체는 사람이었다. 물건도 좋아야했지만 물건의 파는 사람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장사의 성패가 갈리기도 하였다. 그러니 새로운 임방의 객주들을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동안 장사를 하며 사귀어두었던 객주들과 각 지역의 마당발들을 통해 추천은 받아놓았지만 그들의 승낙과 결정이 아직 남아있었다. 장마당도 상전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와 물목 별로 누가 상전을 맡아 운영할지 결정할 문제가 아직도 미결된 상태였다. 그것 외에도 북진여각과 장마당이 활황을 이루게 되면 북진나루도 한양에서 내려오는 대선이 정박할 수 있도록 넓혀야 할 일도 기다리고 있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첩첩이었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산만 쳐다보며 고민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시작한 일이고 가야할 길이었다. 최풍원은 새로운 변화의 갈림길에서 당차게 마음을 다져먹었다.

북진여각에 김길성·신덕기·김상만·복석근·박한달·배창령·장순갑 등 상전 객주와  조산촌 임방 차익수 객주와 약초꾼 두칠이, 풍기 피륙상 천용백, 영월월맡밭 성두봉·영춘 심봉수·제천 차대규·매포 박노수·단양 하진 우홍만·장회 임구학·덕산 임칠성·양평 금만춘·서창 황칠규·황강 송만근 등 모든 객주가 모인 것은 그로부터 열흘 쯤 지난 후였다.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우리의 권리를 찾고 당당하게 장사를 해보자는 것이 주목적이오. 여러분들이 여기 북진여각까지 걸음을 해준 것은 우리 동몽회원들의 전갈을 듣고 마음으로 허락을 했기에 온 것이라 간주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소이다.”

북진여각 대행수 최풍원이 첫 말을 뗐다.

“여보시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짚고 넘어갈 얘기가 있소. 우리가 하나로 뭉쳐 뭘 어쩌자는 거요?”

황강에서 왔다는 송만중이라는 사람이 오늘 모임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시비조로 최풍원의 말끝을 잡고 물었다.

“그것은 내가 말을 하리다. 나는 김상만이라 하외다. 오늘 처음 온 분들이 대부분인고로 그동안 우리 북진여각에서 있었던 일과 여러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 모이라 한 이유를 소상하게 말씀 드리리다.”

김상만 객주가 최풍원 대신 그간 북진여각에서 오늘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리고 난 후 앞으로 어떻게 북진여각과 장마당의 상전 그리고 여러 마을에 있는 임방들 문제는 대행수가 직접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말을 넘겼다.

“지금부터 내가 여러분께 북진여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난 다음 여러분께서 수긍을 하고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면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우리 도중회의 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회원이 되면 회원으로서의 권리도 누리게 되지만 권리를 누리는 만큼 의무도 다해야 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장사꾼은 이득을 남기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북진여각에서는 여러 객주들께 이득을 주기위해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지 말하겠습니다. 충분히 들어보고 잘 판단하여 내게 득이 되겠다는 결론이 나면 결정을 해주기 바랍니다.”

최풍원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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