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종교인 퇴직금 과세 축소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지난해 1월 어렵사리 시행된 종교인 소득 과세 취지를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일반 납세자와의 형평성에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금 과세 범위를 법이 시행된 2018년 1월 이후 재직분으로 제한했다. 이미 납입한 전체 범위 퇴직소득세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30년 재직한 뒤 2018년 12월 31일 퇴직한 종교인이라면 전체 퇴직금의 30분의 1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각계에서 특혜성 소급 입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과세를 면제받은 상황에서 이중혜택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회는 귀를 닫고 있다.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이 종교인의 퇴직금 세금 완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5.8%는 ‘발생한 모든 퇴직금에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고, 개정안 찬성은 20.9%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을 포함한 모든 이념성향, 정당지지층, 지역, 연령에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소득 있는 곳에 예외 없이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평등주의 원칙 적용 의식에서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으나 정치권과 정부는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해 소극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종교인 과세 법안이 마련됐고,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특혜 논란은 여전하다. 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종교인 과세 법안 중 △종교인이 조세 종목을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종교활동비 무한정 비과세 △세무조사 제한 △기타소득 신고 시 근로장려세제 혜택 등의 4가지에 조항에 대한 위헌 소지를 가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다.

사안마다 부딪히며 국회를 공전시켰던 국회 여야가 웬일인지 종교인 과세 축소에는 일사천리로 합의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종교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특정집단의 이익만 챙겨주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도, 민의 수렴 기관도 아니다. 유권자에 종교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훨씬 많은 선의의 납세자들로부터 더욱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음을 두려워 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왜 잃어버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종교인들 중에는 정부가 과세를 시행하기 전부터 스스로 세금을 낸 경우도 적지 않다. 차제에 과세를 반대하는 종교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익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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