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재벌가의 자재들이 해외, 혹은 국내에서 마약하다 적발되는 사례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문제는 영화 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JYJ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인 황하나 씨가 지인과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했다는 내용이 담긴 3년 전 판결문이 공개됐다. 지난 2015년 경찰은 황 씨를 이 지인과 함께 입건했지만, 황 씨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돼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까지 커지자 서울경찰청이 황 씨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재벌 3세들의 마약파티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 손자이자 최 회장의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 외아들인 최영근씨가 고농도 액상 대마 등을 구매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데 이어 현대가 3세 역시 변종 대마 등을 구입한 뒤 흡입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대가 3세 정모씨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이다. 정씨는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다. 정씨는 한달 전 쯤 해외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씨와 정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이모씨는 고농축 액상 대마와 쿠키 형태의 고농도 대마 등을 수차례 구입해 건네줬다. 공급책 이씨가 지난 2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대마)로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체포되면서 마약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 이씨는 마약 전과가 있으며, 본인 역시 상당한 재력가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두 사람에게 대마 종류 구매를 대행해 준 혐의, 정씨의 경우 함께 대마 흡연을 했다는 혐의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씨의 여동생도 과거 대마초를 피웠다가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여동생은 20살이던 2012년 서울시 성북구 자택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 0.5g을 담배 파이프에 넣고 불을 붙여 번갈아 피운 혐의를 받았다. 정씨의 여동생은 외국에 나갔다가 그해 12월 초 귀국하던 중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머리카락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고 결국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는 것으로 끝났다.

버닝썬 사태로 마약에 취한 부유층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 분위기만 혼탁하게 되고 정작 마약에 대한 근본척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을 아우르는 마약류는 강한 환각성과 중독성을 갖는다. 투약자를 끝내 폐인으로 만들고 환각 상태에서 2차 범죄까지 유발한다. 19세기에 영국과 아편전쟁까지 치렀던 중국처럼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검·경찰, 식약처, 관세청 등이 강력한 공조체제로 근절에 나서야 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가뜩이나 극심한 빈부격차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한데, 재벌가들의 마약파티는 좀 더 엄격하게 수사하고 무겁게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마약이 부유층 및 특권층의 전유물로 발전하고 있다.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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