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 아래로는 강을 따라 물가에 굵직한 나루터 마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수·황강·살미는 향시도 열리고 제법 규모를 갖춘 큰 마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류로 내려가면 충청 제일의 큰 고을로 감영이 있었던 충주와 남한강 최대 나루터로 수운과 상업의 중심지인 목계가 있었다. 하지만 북진여각의 상권이 충주와 목계에 미치려면 아직은 다져야 할 기반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은 청풍도가와의 상권 다툼에서도 힘에 부치는 것이 북진여각의 실정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청풍도가를 견제하기 위해 그리로 통하는 물산을 막고 북진여각의 상권도 넓히기 위해 기존의 임방을 북진의 상전으로 한데 모으고, 권역을 넓혀 임방을 요소요소에 만들려는 것이었다.
“대행수, 청풍 인근의 다른 임방은 없애더라도 광아리 임방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듯 하오이다.”
김상만이 청풍읍장을 중심으로 인근에 포진하고 있던 일곱 개 임방 중에서 광의리 임방은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유가 뭐요?”
“한양의 경강선도 그렇지만 지토선과 다른 짐배들이 있기 때문이오. 지금까지는 북진여각의 광아리 임방 지척에 황석나루가 있어 청풍장으로 들어가는 물산들이 일차 걸러질 수 있었지만, 만약 이곳을 없애면 모든 물산들이 직방으로 들어갈 게 아니겠소?”
광아리 임방주도 아닌 김상만이 더 적극적으로 광아리 임방 옹호를 하고 나섰다.
“그고 그렇고, 광아리는 청풍과 북진 사이에 있으니 혹여 청풍도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광아리에서 소문을 듣고 여각으로 기별을 하거나 일차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막아줄 수 있지 않겠소이까?”
연론리 박한달도 또 다른 이유를 대며 광아리 임방은 존속시키는 것이 낫겠다 했다.
“그럼 나는 이전처럼 그냥 하면 되는 거유?”
광의리 임방 김길성 객주가 물었다.
“광아리 김 객주는 북진에 만들어지는 상전으로 와야지요.”
“그럼 광아리 임방은 누가 보오?”
“대행수, 광아리 임방은 금만춘이 어떨까 합니다마는?”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최풍원도 김길성과 같은 생각이었다.
“금만춘이 누구유?”
김길성이 물었다.
“양평 독장수요!”
두 사람이 광의리 임방 새 객주로 금만춘을 삼으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양평 독장수 금만춘은 독장수를 하다 청풍도가 김주태의 농간으로 큰 피해를 봤다. 그 때문에 금만춘은 청풍도가와 김주태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청풍도가에 상채기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었다. 만약 그런 인물을 청풍도가의 길목에다 객주로 앉혀놓는다면 북진여각으로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광의리 임방과 객주 문제는 일단 그리하고, 그 아래로 임방들은 어찌 하는 게 좋겠소이까. 그쪽 물길 사정이야 김 객주께서 손금 보듯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씀을 해보시지요?”
최풍원이 김상만의 의견을 물었다.
“강 하류의 살미는 충주 관할 상권이니 괜히 건드려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고, 그렇다면 한수와 황강이 있는데 월악산 아래 한수보다는 서창에 임방을 두는 것이 좋겠소이다. 그리고 살미와 경계가 되는 황강에 임방을 새로 만들어 충주 상권과 청풍도가 상권을 견제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서창보다야 한수가 훨씬 큰 마을인데 한수에 임방을 설치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소이까?”
영월 성두봉 객주가 김상만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을 크기야 한수가 서창보다야 월등하지요. 그렇지만 이쪽에서 장사를 해온 장사꾼들은 큰 덩어리는 서창이 낫다는 것을 다들 알지요. 한수는 크기는 하지만 일반 고을민들이 쓰는 생필품이 위주고, 서창은 육로로 봉화재를 넘어 충주로 넘어 한양까지 가는 장사꾼들의 길목이라오. 또 서창에 임방을 두는 게 좋은 까닭은 청풍도 그렇지만 청풍보다도 북진은 더 한양으로 통하는 육로와 떨어져 있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창에다 임방을 설치하려는 이유요. 서창과 북진은 물길로 불과 이십리도 채 되지 않소이다. 그러면 서창에서 육로 장사꾼들을 잡아놓으면 그 물건도 북진으로 취할 수 있고 물길을 따라 오가는 물건들도 취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니겠소이까?”
김상만이 서청에 임방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