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항공업계의 수장들이 잇따라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자발적인 퇴진을 결정,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박삼구 회장 또한 그룹 항공 계열사의 대표직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고, 조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재선임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들이 물러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오너 가족들이나 본인의 갑질 논란 속에 시장과 여론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 회장의 자진사퇴이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2018 감사보고서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도 내려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상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근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문경영인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은 기업의 미래전략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은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지만, 박 회장은 오는 29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결심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그에 따른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 퇴진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박 회장의 자진 퇴진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오너 박삼구 회장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충격 여파가 전 그룹사로 퍼지게 된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조 회장 역시 당사자는 물론 부인과 세 자녀의 논란이 부른 여론 악화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처럼 대기업 재벌 오너들이 대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한 후 자질부족과 경영마인드 부재 등으로 부실경영을 자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비록 오너일가라 할지라도 스스로 경영능력이 없다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을 맡기는 것이 상례화 돼야 한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 직원들에 대한 갑질 등 도를 넘는 행위가 만연되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과 물컵 갑질 등 오너 일가들의 폭행과 폭언이 여론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두 기업 수장들을 교훈삼아 기업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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