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산수유 노란 꽃잎 사이로 벌이 날아다닌다. 벌과 함께 봄을 즐기는 노란 꽃망울이 정겹기 그지없다. 진달래도 어느새 꽃망울을 터트리고 피어있다.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꽃은 이렇게 다시 우리 곁에 와서 봄을 속삭인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떨치고 이겨낸 모습이 대견스럽다. 추위도 추위려니와 미세먼지 또한 우리를 무던히도 괴롭혔는데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방긋방긋 터트리고 있다.

이 산천에 피어나는 어느 꽃인들 아름답지 않으랴마는 그 중에서도 심은 지 오래된 나무들이 다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때가 더욱 행복하다. 청주 무심천의 벚꽃나무가 그 중 하나다.

개나리, 버드나무와 함께 4km에 걸쳐 꽃길을 이루고 있는 벚꽃나무는 심은 지 꽤 오래되었다. 고목이 되어 사람의 머리보다 높은 가지에서 흐드러진 꽃이 만개한 벚꽃나무가 연이어 서있는 모습을 볼 때면 자연의 오묘한 이치가 새삼스럽다.

그래서 청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무심천의 벚꽃을 사랑하고 길게 이어진 무심천을 사랑하는가 보다. 비록 심은 지 오래되어 고목이 되었을망정 늙은 몸에도 봄이 되면 흰 벚꽃을 피워 올려 남북으로 흐르는 무심천을 따라 이어진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늙었어도 온몸의 진기를 다해 다시 꽃을 피워 올리는 벚꽃나무를 보노라면 자연의 숭고함마저 느끼게 된다.

수령이 오래 된 꽃나무를 보면서 필자는 사람이 사는 이치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청춘은 아름답다. 어떤 꽃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다. 그러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이 모두 소멸해 버리는 것은 아닐 게다.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고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영위해 간다면 새봄이 되어 꽃이 다시 피어나듯이 생의 어느 순간 아름답고 새로운 보람을 다시 꽃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비록 그 모습이 봄꽃처럼 사람들의 눈을 끌 만큼 화려하진 못하더라도 내면에서 쌓여진 아름다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에 향기를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연세가 들어서도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멋지게 살아가시는 노인들을 많이 보았다. 어느 교수님은 100세가 되어서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시면서 집필활동을 하시고, 어느 연예인은 아흔을 한참 넘기고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하신다. 그렇게 유명한 분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도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열심히 살아가시면서 말없는 교훈을 주시는 어르신은 한 두 분이 아니다. 어쩌면 연세가 들어서도 생의 길목마다 후손들에게 보여주는 경륜과 지혜는 다시 피는 봄꽃처럼 아름답지 않은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을 더욱 예뻐하게 된다는 말을 들을 적이 있다. 정말 그런가 보다. 이제 필자도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필자도 꽃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마치 어린 아이를 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오듯이 꽃을 보면 그러하다. 새봄이 되어 주변에 피어나는 개나리며 산수유, 진달래, 목련들을 보자니 봄을 맞이하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리고 고목이 되어서도 해마다 다시 꽃을 피우는 꽃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늙은 꽃나무처럼 다시 새롭고 아름다운 생을 꽃 피우며 살고 싶다는 어쩌면 과한 욕심이 봄의 아지랑이처럼 솔솔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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