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심영문 기자]  “임춘애입니다. 형님”

송강호라는 배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던 영화 ‘넘버3’에서 삼류 조직의 보스인 송 배우에게 부하 조직원이 직언(直言)을 해 구타를 유발했던 명대사다. 송 배우는 헝그리 정신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대며 ‘탁구선수 현정화는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을 3개나 땄다’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해 반박 당하자 ‘내가 하늘이 빨강색이라면 빨강색인 것이야’라고 호통을 치며 부하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들이 제왕적 리더십 속에 구성원들에게 암묵적인 침묵을 강요하는 소통부재의 병폐를 시사하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충북 진천군은 소위 요즘 가장 ‘핫’하다는 자치단체다. 인구증가율, 고용률, 1인당 지역내총생산 등에서 전국 최상위의 지표를 달성하며 눈부신 지역발전을 이끌고 있는 송기섭 진천군

 

수의 ‘소통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송 군수는 취임 이후부터 “리더에 대한 복종과 침묵이 미덕이라고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며 “침묵은 조직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협력에 의한 성과 창출을 방해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강조해왔다.

그는 활발한 소통이 조직을 활력 있고 건전하게 만든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토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료를 싸들고 사무실을 직접 찾아 담당직원들과 격이 없는 토론을 이어가는 모습은 자연스런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본인이 소홀했던 점에 대해 과감히 인정하고, 고민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는 등 눈높이를 낮추는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군 소속 직원들도 군수에게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일이 어느덧 익숙한 일이 됐다.

송 군수의 이러한 소통방식은 조직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진천군은 얼마 전 ‘지역경제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날 간담회가 각계 대표들을 초청해 군정에 대해 설명하는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송 군수는 군의회 의원, 경제인단체 관계자, 기업대표, 출입기자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다들 예상하던 군정성과에 대한 설명이 아닌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군정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혀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높은 수준의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에도 불구하고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2만명에 육박해 지역내총생산 중 상당부분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이 같은 송 군수의 소통 노력 속에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 간 열띤 토론이 이어지며 예상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종료됐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등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토론이 됐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지역사회 내에서 두고두고 회자 되고 있다.

어떤 조직이던 일류를 지향한다.

조직을 일류로 이끌기 위해서 가장 전제돼야 할 조건은 바로 소통의 리더십이다. 영화 ‘넘버3’에서 말 그대로 3류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불통을 꼬집은 장면이 시사하는 것과 반대로, 송기섭 진천군수의 전방위적인 소통 리더십이 어떻게 진천군을 일류 자치단체로 성장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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