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 대행수가 북진도중의 규약을 발표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의 규약을 위반했을 시 이에 상응하는 벌목 조항을 발표하겠소이다. 여러 객주들은 잘 듣고 숙지하여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일과 회원들 간에 낯붉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기 바라오!”

최풍원의 규약 공표가 끝나자 김상만이 규약의 세부조항과 어겼을 시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를 알려주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김상만이 발표한 벌목조항은 이러했다.

부모에게 불효한 놈은 곤장 쉰 대를 치고 재산을 몰수한 다음 도중으로부터 내치고, 젊은 것이 연세 많은 어른을 능멸한 놈은 곤장 마흔 대를 친 다음 삼년 간 장사를 못하게 하고, 자신에게 장사를 가르쳐준 선생에게 잘못한 놈은 곤장 서른 대를 쳐서 징벌한다.

북진도중 회원으로 도중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위반한 자는 다음과 같이 징치한다. 정해진 물건 값을 더 받은 자는 볼기 서른 대를 친 후 받은 돈의 열 배를 토해내게 하고, 쓸 수 없는 파치 물건을 판 자는 볼기 스무 대에 받은 돈의 두 배를 물어주고, 동료 간에 주먹질을 하고 행패를 부린 자는 볼기 스무 대를 치고, 회원을 속여 믿음을 흐린 자는 볼기 스무 대에 벌전 열 냥을 내야한다.

북진도중의 회원으로서 장터에서나 행상 중에 위협을 가해 물건을 강제로 매매한 자는 매 스무 대를 치고 받은 돈을 돌려주며, 남의 물건을 훔친 자 역시 같은 매로 다스린다.

북진도중 회원으로 원거리 행상 중 객사를 하였는데 장사를 치러주지 않고 모른 척 한 자는 곤장 서른 대에 벌전 열 냥을 징수하고, 행상 중에 와병하여 객방에 누워있는 동료를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지나친 자는 곤장 열 대에 벌전 닷 냥을 징수한다. 또 객지 장터에서 동료 상인이 무뢰배 등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하고 피해버린 자 역시 곤장 열 대에 벌전 닷 냥을 징수한다. 이외에도 장터에서 텃세를 하거나 행패를 부려 장꾼들을 불안하게 만든 자, 동료와 술을 마시고 주정을 심하게 한 자, 행동이 올바르지 않은 자, 말을 불순하게 하는 자, 노름 잡기에 빠져 장사를 등한시 한 자는 모두 볼기  열 대를 치고 피해를 본 상대에게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든 북진도중의 회원은 동료회원의 애사 시 반드시 참석하여 장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야 한다. 부고를 받고도 상가에 가지 않은 자는 곤장 열 대에 벌전 석 냥을 내야한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어 부고를 받지 못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상가에 가지 못한 경우 장사가 끝난 다음에라도 한 냥의 부의금을 전달한다.

모든 북진도중 회원은 언제 어디서든 도중회로부터 통문을 받으면 그 즉시 모든 일을 멈추고 달려와야 한다. 만약 도중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볼기 열 대와 벌전 한 냥을 내야한다. 또 도중회의에 참여하였으나 고의로 회의를 방해하거나 회의 도중 잡담을 한 자는 각기 볼기 열다섯 대와 볼기 열 대로 다스린다.

동몽회는 열여덟 살 미만의 총각을 회원으로 삼으며 우두머리는 대방이라 칭하고, 여각과 객주들의 모임인 상의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동몽회원들은 객주들의 명령에 불복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엄한 징치를 한다. 동몽회원은 열여덟 살 이하의 건장한 사내들로 조직하며, 나이를 넘겨 성인이 되거나 그 미만이더라도 혼인을 하여 일가를 이루게 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의회에 가입할 수 있다.

모든 북진도중 회원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경우라도 규약을 따라야하며 만약 위반을 했을 시 삼세번의 경고를 한다. 그런 이후에도 고치지 않고 여전히 규약을 위반한다면 죄의 경중에 따라 도중회의 결의를 통해 엄한 징치를 받거나 화원 자격을 박탈한다.

“이상으로 북진도중 규약을 어겼을 시 받게 되는 벌목 조항을 발표하였으니 모든 회원들은 오늘부터 우리의 약조를 반드시 지켜주기 바랍니다!”

김상만이 벌목조항 설명을 끝내고 선 자리에서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로서 우리는 오늘부터 북진도중 회원이 되었소이다. 북진도중규약은 우리 모두가 잘 살기위해 만든 것입니다. 우리 장사꾼들은 이제껏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천시를 받으며 살아왔소이다. 나라 국법이 그러니 어쩌겠냐고 자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의 행실에도 문제가 없다 하지는 못할 것이오. 장사가 천한 것이 아니라 장사꾼들이 스스로 천한 대접을 받게 행동을 해왔소이다. 무엇보다 중한 것은 우리끼리의 신뢰요, 우리부터 서로서로를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읍시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소이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신하여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최풍원이 북진도중 회원들을 독려하며 회합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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