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본방의 최 대주와 각 마을의 임방주들이 본방을 여각으로 바꾸고 각 마을에 흩어져있는 임방들을 북진으로 한데 모아 청풍도가처럼 상전거리를 만들자며 시작된 회합은 통합 이후 벌어질 문제에 대한 대비책까지 중론을 모으느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북진본방은 북진여각으로 바꾸고 대주는 행수로 바꾸는 것이 첫째였고, 각 임방을 북진으로 옮겨 각기 정해진 물목을 취급하는 상전거리를 만들고 임방주의 격을 높여 객주로 부르며 여각과 상전에서 하는 일과 행수와 객주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여 여각과 상전은 물론 상전과 상전 사이에서 서로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구분 짓는 것이 그 두 번째였다. 장사라는 것이 그러했다. 아무리 하잘 것 없이 보이는 바늘구멍장사라 해도 돈이 오가는 일이고 더구나 무심코 뱉아버린 말 한 마디가 자신의 수중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 그리 쉽사리 끝날 일은 아니었다.

북진본방의 회합은 종일토록 계속되었다. 그리고 저녁나절 어렵사니 중지를 모을 수 있었다. 북진본방의 최풍원 대주와 각 임방의 임방주들이 오랫동안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은 여각과 상전을 합쳐 북진도중이라 칭하고, 북진도중의 조직으로는 상의회와 동몽회를 두는 것이었다. 상의회는 북진도중의 최고 의결기구로써 모든 일의 결정권을 가지며 추후 발생하는 사안은 이곳을 통해 토의하고 모든 회원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북진도중의 최고 수장은 대행수로 최풍원을 선출하고 그 휘하에 각 상전의 주인이 될 북진장터의 객주들을 두었다. 그리고 상권이 넓어짐에 따라 생겨나게 될 각 지역의 임방주들 역시 객주라 하고 이들 또한 상의회 회원으로 의결권을 주기로 하였다.

북진도중 역시 여타의 다른 상계 조직처럼 장사꾼들이 모여 만든 상계라는 점은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북진도중은 다른 상계와 달리 독특한 조직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것은 동몽회라는 조직이었다. 다른 상계 조직에서도 북진도중의 동몽회와 같은 조직이 있기는 하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름도 없이 상인들 아래서 궂은일이나 거드는 무뢰배들에 불과했다. 이들 무뢰배들은 장터나 도가의 상전 주변을 배회하다 상인들의 부름이 있으면 달려와 힘으로 일을 해결해주고는 던져주는 낙전을 받아 그럭저럭 먹고사는 주구나 다름없었다. 그러다보니 무뢰배들은 상인이나 장꾼들 양쪽에서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던 무뢰배들을 잡도리하여 북진본방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기회를 준 것이 최풍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방인 도식이를 주축으로 북진본방과 임방 안팎에서 활동을 해왔다. 그렇지만 본방이나 임방에서는 동몽회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북진도중이 만들어지며 동몽회 역시 같은 북진도중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날 회합을 하던 중 가장 오랫동안 논의되었던 부분은 북진도중규약이었다. 북진도중규약은 북진도중의 계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서로간의 약조였다. 북진도중의 계원은 여각과 상전의 종사자들과 앞으로 설치될 임방의 모든 장사꾼들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이해관계에 민감한 장사를 하다보면 파생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터였다. 규약은 앞으로 생겨날 그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활하게 장사하기 위함이었다. 종일토록 계속된 회합에서 어느 정도 의견들이 정리되자 북진도중의 대행수가 규약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북진도중규약문>

하나,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서로 간에 신의를 지킨다. 

둘,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어른을 공경한다.

셋,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물건을 강매하지 않는다.

넷,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다.

다섯,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동료가 곤경에 처했을 시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

여섯,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동료의 애사 시 반드시 참석한다.

일곱, 북진도중의 모든 회원은 회원으로서의 맡은 바 책무를 다한다.

여덟, 북진도중에서 기별한 통문을 받는 즉시 어디에 있든 달려와 도중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아홉, 위 절목을 지키지 않으면 태형과 벌금으로 단죄한다.

열, 위의 규약을 어기고, 동료를 배신한 자는 제명함과 동시에 북진도중 상권 내에서의 모든 장사 활동을 엄금한다.

 

북진도중 최풍원 대행수가 새로 출발하는 북진도중규약을 공표했다. 이를 지켜보던 모든 회원들이 박수로 북진도중의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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