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역에 대기업이 한 개 유치되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가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과거에는 지방에서 돈을 벌어 지방에 전혀 혜택을 주지 않고 본사인 서울로 싸들고 가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지방정부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방정부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공단조성, 도로개설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에 일방적인 편의만 제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기업과 지방정부간에 상생을 위한 적절한 협상이 필요하고 실제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거대한 대기업이라 할지라고 지역주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때 아닌 SK 하이닉스의 투자액수가 공방거리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발단은 청주시의회 김태수 의원이 지난 20일 청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충북도가 발표한 ‘SK하이닉스 청주에 35조원 투자’ 약속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김 의원은 SK하이닉스가 청주를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로 조성하기 위해 10년간 35조원을 투자한다는 충북도의 발표는 허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가 바로 반박에 나섰다. 충북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10년간 청주에 3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발표에 2016년도에 투자 협약한 15조5천억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도는 35조원에 대한 투자 세부정보는 기업경영의 내부정보로 지금처럼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 상황에서 자세하게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SK하이닉스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충북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SK하이닉스의 향후 투자액과 관련, 재반박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김 의원의 지나친 지적은 오히려 지역의 기업투자 유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과 거액의 투자계획이 낱낱이 공개될 경우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민간기업의 투자액수를 정치권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의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더불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실제 청주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기존 사업계획안에서 투자 확대나 축소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기업의 이름을 걸고 직접 밝힌 투자의 액수를 거짓인양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인 공방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공방이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방정부의 이름을 빌어 밝혔으면 일단 주어진 시간만큼 기다리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환경조성을 해주는 것이 지역사회의 몫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산업 생태계에서 기업이 무엇에 어떻게 얼마를 투자할지 액수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기밀을 유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세밀한 마스터플랜은 어느 정도 비밀에 쌓이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산업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액수의 진위여부를 가지고 지역을 혼란스럽게 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김 의원은 자중자애하고 무엇이 지역사회를 위한 길인지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기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