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이 앞으로 장사를 하다보면 서로들 사이에서 일어날 문제들을 토의해보자고 운을 띄웠다.

“무엇보다도 장사꾼들에게 젤루 중한 것은 물건 값 아니겠소이까. 그러니 물건 값을 어느 정도 서로 약조하는 게 어떻겠소이까?”

“그건 우리 본방과 임방주들 뿐만 아니라 북진으로 물건을 사러오는 장꾼들에게도 그중 큰 문제요. 같은 물건인데 북진이 청풍장보다 비싸다거나 북진에 왔는데 각 전마다 물건 값이 제각각이라고 하면 장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우. 그러니 광아리 임방주 말처럼 물건 값을 적정하게 정하는 것은 참으로 긴한 일이요!”

박한달이가 김길성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했다.

“철에 따라 때에 따라 그날 상황에 따라 또 여러 조건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이 물건 값인데 그걸 어떻게 정한단 말이오?”

장순갑은 물건 값을 정하자는 임방주들의 의견에 반대했다. 장순갑이 반대하는 이유는 뻔했다. 만약 북진에서 물건 값을 정하고 모든 임방주들이 그에 따라 장사를 한다면 제 마음대로 장꾼들을 속여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온갖 술수를 부려 폭리를 취하던 장사를 더 이상 해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물건 값을 딱 부러지게 정할 수는 없소이다. 같은 장터에서도 전마다 장사꾼마다 다른 게 물건 값이고 개시할 때와 파장할 때 다른 게 물건 값이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그 값 차이가 너무나 격차가 크니 장꾼들이 장사꾼들을 믿지 못하는 거외다. 그러니 앞으로 북진에서는 어느 정도 물건 값을 정해서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면 장꾼들도 우리를 믿고 이곳을 찾아들 것이라 생각하오.”

김상만이 장순갑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정곡을 찔렀다.

“장사를 하다보면 잘못 팔아 밑질 때도 있고 어리숙한 놈 만나면 덩택이를 씌워 손해본 것을 벌충하기도 하는 것인데, 물건 값을 정해놓고 판다면 이젠 앞으로 흥정도 필요 없겠구만!”

장순갑은 여전히 못마땅한 투였다.

“이젠 그런 이전의 장사 법을 바꿔보자는 이야기요. 지금까지는 그런 어리숙한 장사가 통했지만 앞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오. 이번 한양에서 시전과 장마당들을 돌아보고 우리와 비교해보니 느낀 것이 정말 많았소이다. 우리도 그것을 빨리 배우고 따라가지 않으면 더 이상 장사해먹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오!”

“한양과 어찌 이런 산골 벽지와 비교를 한단 말이오?”

“물론 겉이야 다르겠지만 한양이나 여기나 사람 사는 방법과 생각은 한가지 아니겠소이까? 한양에 시전과 장마당을 보니 똑같은 물건들을 파는 상전들이 벽을 대고 줄줄이 붙어 장사를 하고 있었소이다. 그런데 북진 임방주 말처럼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서로 값이 천차만차라 하면 장꾼들이 어느 집으로 가겠소이까. 덩택이를 씌워 폭리를 취한 집으로 가겠소, 아니면 조금이라도 값이 싼 집으로 가겠소이까. 설사 한 번이야 모르고 속아 넘어갔다손 쳐도 바보가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 그 장꾼은 다시는 그 상전을 찾지 않을 것이오. 그 뿐이겠소. 사람 입만큼 무서운 게 어디에 있소이까. 보는 사람마다 어느 장터 누구 집에 가면 덩택이를 쓴다고 소문을 내기 시작하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 상전이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오. 한 번 먹고 망하겠소이까, 아니면 여러 번 조금식 먹고 오래 살겠소이까. 그리고 상전들이 함게 장사를 하고, 물건 값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장꾼들도 믿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로 몰려드니 조금 남더라도 상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이득이 생기는 것을 보고 왔소이다. 임방주님들 어떻게 하시겠소이까?”

최풍원이 임방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물어보고 말고 할 게 뭐 있겠소이까? 지금까지야 우리가 각기 떨어져 장사를 했으니 같은 물건을 팔면서도 다소 달리 값을 받았어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제 앞으로 북진에 한자리에 모여 장사를 하게 되면 그럴 수 없는 것 아니겠소. 내 혼자만 더 먹겠다고 욕심을 부릴 수도 없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살 방도를 찾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다행히 오늘같은 자리가 있어 이런 논의를 서로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오이까?”

신덕기가 임방주들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중지를 모으자고 했다.

“그렇소이다. 전체도 중하지만 개인 각자도 못지않게 중하오이다. 우선은 내게 도움이 되고 전체에도 도움이 되어야 그 조직이 건실해지는 것이오. 그러니 차근차근 더 논의를 합시다!”

최풍원이 교리 임방주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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