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기 교수의 티베트 기행 ⑤

   
 
  ▲ 횡단산맥을 넘어 구절양장(九折羊腸)티베트로 가는 길. 왼쪽의 이런 민둥산에서 동충하초를 채취한다고 한다.  
 

다시 차에 올라 산 아래로 내달리니 지대가 낮으면 어김없이 오지의 작은 마을들이 나타나 이 나라가 인구가 많은 나라란 걸 실감나게 한다.

하덕달이란 마을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조그마한 식당엘 들어서니 젊은 부부가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우리 일행의 행색에 적이 놀라는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음식을 주문하면 정한듯이 요리 너댓 종류에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밥이 나온다.

다행이 산골 오지로 갈수록 우리 음식과 맛이 비슷해 준비해간 고추장, 깻잎 등이 필요 없을 정도다.

오후 내내 속도를 낸 덕분에 6시가 좀 못 돼 파당(巴塘)에 도착한다. 어렵잖게 온수가 나온다는 금혜빈관에 든다. 모처럼 샤워는 물론 묵은 빨래까지 한다. 카메라 정비를 하는 사이 더운물 목욕으로 기분이 좋아진 장사장의 걸죽한 입담에 하루의 피로를 푼다.

산골의 아침은 짧다. 특히 고산지대의 아침은 한 숨 쉬는 사이 해가 중천으로 간다. 지루하리 만큼 돌고 도는 산길을 내려오니 멀리 황토색의 꽤 큰 강이 보인다. 금사강이다.

금사강(金沙江)은 장강이 흐르다 잠깐 바뀌게 되는 강으로 ‘금모래의 강’이란 뜻이지만 이 이름은 황톳빛 강물이 햇빛에 부딪혀 반짝이기에 붙여졌다고 한다. 어쨌든 이 강은 장강의 전체 구간 중 가장 험한 격류지대라고 한다.

시인 두보는 이곳의 험한 계곡과 가파른 산길, 그리고 대도하, 금사강 등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 일부를 소개하면,

맑은 강물은 용문을 흘러내리나
절벽에는 한줌 흙이 없다.
세찬 바람이 물굽이를 일으켜
넓고 태고스러움을 지닌다.

가파른 길은 구불구불 이었고
위로 우러러 보면 켭 켭 사다리길이 이어졌다.
이러한 바위에 누가 구멍을 뚫었나
하늘에는 기둥이 세워져 서로 매어있다.

저 강만 건너면 인구 1억2천에 면적이 우리나라 두배인 사천성을 벗어나 티베트땅으로 접어들게 된다. 파당을 출발한지 3시간여 만에 금사강교를 건너 티베트땅으로 들어섰다. 행정구역상이라 그렇지 산천도, 풍속도, 사람들까지도 버터 기름을 바른 번질번질한 얼굴이 바뀐 것 없이 그대로다.

환영이라도 하듯이 이제까지 넘은 산마루중에 제일 높은 5천8m의 동달산 고개를 넘는다. 사서 하는 일이지만 짜증이 날 정도로 돌고 도는 길이다.

망강(芒康)이라는 마을을 지나 메콩강 상류를 건넌다. 상류지역이라 수량은 많지 않으나 황톳빛의 물색이 더욱 짙고 유속이 빠르다.

팔숙(八宿)에서 숙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지체돼 할 수 없이 좌공(左貢)이라는 마을의 빈관에 든다. 대충 호텔에 짐을 풀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마을 구경을 나선다. 어두운데도 길가에는 시장이 들어서 약초, 송이버섯, 동충하초 등을 쌓아 놓고 판다. 비로소 이 일대가 동충하초 산지라는 걸 알게 됐다. 장사장이 값이 싸다고 해 송이버섯 1㎏을 사 가지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송이 안주로 독주를 마시며 7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