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종편 TV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룬 드라마가 며칠 전 호평 속에 종영됐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를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대부분 떼쓰는 아이 같거나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과거 기억의 퍼즐들을 맞춰나감으로써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드라마는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며 막을 내렸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치매는 주변인을 힘들게 하나 당사자는 행복하다고 한다. 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서글픈 병이기도 하다.

20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는 70만5천473명으로 추정됐다. 치매 유병률은 10%로 전체 노인 인구(706만6천201명)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어 현 추세라면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344만원 수준으로, 돌봄 등 전체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2천74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4분기 기준 연간 60세 이상 노인부부 가구소득 3천622만원의 57.3%에 달한다. 일반적인 노인 가구에서 치매환자가 발생하면 연소득의 절반 이상을 간병과 치료 등에 써야한다는 얘기다. 중증 치매환자는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이 3천252만원까지 치솟는다하니 웬만한 가정은 버티기 힘든 지출 규모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내세우며 전국 기초단체마다 치매안심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프라가 충분치 못해 전체 치매 노인 가운데 절반인 52.1%만이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넓은 업무에 비해 전문인력과 검사·치료장비도 부족하다. 치매안심센터가 지역 곳곳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치매의 아픔은 환자 본인에 그치지 않는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운 질환으로 꼽는 것도 치매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치매환자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가족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늪으로 점차 빠져 들어간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여유가 없으면 그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매를 완치 가능하게 할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치매의 발병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프로그램 활성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치매 예방과 치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치매에 대한 사회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시스템부터 실효성 있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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