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중국에서는 먼 길을 떠날 때 “이루핑안(一路平安)!”이라면 제일 좋아 한다. 한·중을 수시로 오가는 필자는 그때마다 ‘주문(呪文)’의 글귀가 있다. <잡초는 논밭을 망치게 하고, 성냄을 사람을 망치게 한다. 구름은 세상을 어둡게 하지만, 어리석음을 사람을 어둡게 한다. 안개는 시야(視野)를 흐리게 하지만, 탐욕은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지난 3월 1일 출국할 때도 이것을 외우며 나오려니, 미세먼지로 하늘이 새까맣다. 징조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순탄치 못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조심하자며 길을 나섰다.

첫 번째 관문이 항공기로 수하물을 부치는 것이었다. 제한된 중량이 초과되면 짐을 분리해서 싸고 요금을 더 내야한다. 오늘은 항공사 직원에게 사정을 했더니 간신히 통과되었다. 

그런데 엉뚱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세먼지’가 바로 그 주범(?)이었다. 미세먼지로 항공기가 한 시간이나 늦게 이륙하는 것이었다. 한 두 시간쯤 늦게 가는 것은 참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를 데리러 마중 나온 운전기사가 걱정이 었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서 중국으로 연락을 할 수가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여 연락을 취해보니, 학교에서는 궁금해서 야단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늦게 도착하니 여러 항공사 승객들이 한꺼번에 밀어 닦치는 바람에 공항 직원들이 감당을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문을 채취하는 바람에 입국수속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한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였지만 항주는 비가오고 있었다. 마중 나온 운전기사는 공항주차장이 만원이라서 주차를 하지 못하고 밖에서 헤매고 있었다. 공항을 빠져 나오는 데만도 두 시간 반이나 걸렸다. 운전기사는 비가 오는데 공항 주변에서 세 시간 반이나 서성이고 있었던 셈이 된다.

미세먼지 때문에 화가 치밀었지만 고생한 운전기사에겐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두 손을 합장하고 ‘뛰부치(미안)!’를 연발하니, 웃으며 ‘매이써(괜찮다)!’라고 답한다. ‘성 안내는 그 얼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기로다!’가 생각이 났다.

비유컨대, 우리들은 세 마리의 독사를 안고 산다. 우리는 그 독사를 잘 다스려야 한다. 자칫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바로 삼독심(三毒心)-탐(貪:탐내고), 진(瞋:화내고), 치(痴:어리석고)-을 비유한 말이다.  세 마리 독사 가운데 제일 조심할 것이 ‘화’이다. 화(火)는 ‘불길’이고,  탐(貪)과 치(痴)는 ‘물’에 비유된다. 분노의 불길은 오랜 세월 애써 쌓아온 공덕을 일시에 태워버린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야 한다. 홧김에 다른 곳으로 쏘아대는 것이 내가 내 자신에게 맞는 것이 된다. 필자는 길을 나서면서 ‘미세먼지’의 불길한 징조를 통하여, 첫 번째 화살을 슬기롭게 대처함으로써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을 수 있었다.

중국으로 입국한 첫날은 미세먼지를 극복한 ‘하루’라고 규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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