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배 청주농기센터 지도기획팀장

 

[충청매일]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고 춘분(3월 21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로, 농사를 준비하느라 농업인의 손길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가 다가왔다.

하지만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농가에서는 지난해 생산했던 볏짚, 들깨, 콩깍지, 비닐 등 농산부산물이나 잡풀이 무성한 논밭두렁과 쓰레기를 소각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산불의 위험이 매우 높고 미세먼지 발생도 부추기고 있다.

봄철에는 그동안 가뭄으로 인해 낙엽이나 농업부산물들이 조그마한 불씨에도 바람에 의해 인근 야산으로 튀어 큰 산불로 확대돼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례가 많다.

산림청 통계 자료(2009∼2018년)에 의하면 산불 발생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 36%, 논밭두렁 태우기 17%, 쓰레기 소각 14%, 담뱃불 실화 4%, 성묘객 실화 4%, 어린이 불장난 1%, 건축문화재 4%, 기타 20% 등으로 사람의 부주의로 주로 발생했다.

시기별로는 봄철 253건(58%), 여름 46건(11%), 가을 38건(9%), 겨울 95건(22%)이 발생해 봄철인 3∼4월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도 1월부터 지난 3월 10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전체 203건으로, 이 가운데 논밭두렁 태우기가 원인이 된 경우는 10.8%(22건)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보면 논밭두렁에는 익충(이로운 벌레)이 94.5% 서식하고, 해충은 불과 5.5%에 불과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논밭두렁 태우기는 따듯한 덤불에서 온갖 해충이 겨울을 지냈을 거란 생각이 불러온 오랜 우리의 잘못된 농사 방법으로, 병해충 방제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오히려 많이 죽어 병해충 발생이 증가된다고 한다.

애써 가꾼 산림도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이를 다시 원상 복구하는 데는 40년에서 100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다.

해충을 잡으려고 소중한 숲을 해치기보다 그동안 잘 가꿔온 숲과 맑고 깨끗한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다시 한 번 논밭두렁 태우기는 익충을 죽이고, 산불 등의 위험을 낳는 등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하고 싶다. 더 이상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된다. 농가의 논밭두렁 태우기 자제가 거듭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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