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사교육 열풍에 학부모들의 등골이 더욱 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출 규모는 월평균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1만9천원(7%) 올랐다. 더욱이 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9만9천원으로 껑충 뛴다. 2007년 사교육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액수이자 최근 3년 새 증가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8천억원(4.4%)이 증가했다. 지난해 초·중·고생 수는 558만4천249명으로 전년(572만5천260명)보다 14만1천11명(2.5%)이나 줄었는데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전년보다 1.7% 오른 72.8%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가 바닥 모를 침체에 빠져 가계소득은 줄어드는데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커지니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구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양극화도 문제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천원, 200만원 미만 가구는 9만9천원으로 5.1배 차이가 났다. 가난이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정부 조사 결과에 대부분 학부모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야 한다. 사교육비 통계에 영유아 학원비, EBS 교재 구입비, 방과후 학교 수강비, 어학연수비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유아 때부터 영어·미술·음악·발레 등 다양한 사교육에 노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틀린 얘기도 아니다. 교육부는 실질적인 사교육비 실태 파악을 위한 개선 작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사교육비 해소 방안도 나온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사교육에 내모는 것은 결국 남보다 좋은 상급학교를 진학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뿌리 깊은 학벌중심주의 사회가 낳은 병폐다. 공교육만으로는 불안하니 사교육을 통해 주요 학과목을 보충·심화 학습한다. 학원의 선행학습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해치는 대표적 사례지만 여전히 성행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으나 혼선만 되풀이할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대입제도 개편을 논의하다가 1년을 유예했고, 지난해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위, 공론화위 등을 통해 1년간 논의를 하면서 최종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2년 이상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불안감이 가중됐고, 결국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의 노후 준비와도 직결돼 있다. 자녀의 학원비에 짓눌려 노년 설계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지금의 기현상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옮겨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 체제 개선 등 실질적인 혁신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사교육 경감은 요원하다. 수능 시험 문항은 반드시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토록 제도화하고, 공교육 내실화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