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장순갑 임방주가 그런 사람이었다. 장순갑은 임방 중에서도 최풍원의 도움을 제일로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장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본방 일이든 임방 공동의 일이든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모른 척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장순갑만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자기 것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물며 장사꾼들이야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장사꾼들은 그런 이해관계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이득이 생기는 일이라면 그곳으로 몰려가는 것이 장사꾼들의 생리였다. 그런데도 이제껏 대부분의 임방주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줄이고 본방 일에 동참한 것은 그래도 아직은 덜 때가 묻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임방주들에게 양보를 하며 본방 일에 동참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본방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고 규모도 키워가고 있으니 임방도 각기 독립시켜 운영을 맡기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더 공고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관계를 공고하게 만드는 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임방주들도 장사를 키우고 더 많은 이득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임방주들도 자신이 하는 장사에 더 재미를 느껴 열심히 할 것이고 덩달아 장사도 활기를 띨 것이었다. 그것이 북진본방과 임방이 함께 사는 길이었다.

“만약 우리 싸전에서 취급하는 물건을 다른 전에서 팔고사면 그 때는 어찌 하는가?”

아무리 전마다 취급하는 물품을 정해놓는다 하더라도 장사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남의 물건도 거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박한달이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연론 임방주님, 그래서 우리끼리 규약을 정하자는 것입니다.”

“아까 이야기 했던 상계 말인가?”

“그렇습니다.”

“상계라면 우리가 처음 본방과 임방을 만들 당시 이미 만들어놓은 강령과 절목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뭘 또 새로이 만든다는 말인가?”

박한달이 북진본방을 만들 당시 서로 약조했던 규약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 당시 만들었던 규약의 내용은, 행상을 다니다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보면 무슨 일이 있이 있더라고 구해야한다, 동료에게 해를 입힌 자는 즉시 징치하고 본방에서 제명하며 그 재산은 몰수하여 동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 행상 중이거나 아니거나를 막론하고 아픈 사람은 구하고 죽은 자는 장사를 지내준다, 악한 자는 징벌하고 패악한 자는 즉시 벌을 내린다 처럼 다소 막연한 절목이었고 구두로 발표한 규약이었다. 그리고 그 규약은 본방과 임방이 만들어지던 초창기로 본방과 임방이 각기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크게 부딪칠 일이 없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때와는 사정이 여러모로 달라졌다.

“연론 임방주님, 이제 우리는 한 장소에 모여 장마당을 이뤄 장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서로 충돌되는 부분이 분명 생길 것이외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미리 어떤 약속을 정해놓자는 것이오. 우리가 한 장소에 모여 장사를 하다보면 물건이 겹치는 부분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득을 내기위해 여러 가지 부딪치는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뜻에서 규약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겠소이까?”

최풍원이 규약 제정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럼 새로운 규약은 어떻게 만들 작정이오이까?”

복석근이 물었다.

“그동안 우리 임방주들께서 장사를 해오며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모아 일단 초를 잡고 이를 상론해서 결정할까 합니다.”

“이전 본방 규약은 버리고 새로 시작하오이까?”

“그것도 유용하거나 앞으로도 지키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절목이 있다면 새 규약에 넣도록 합시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러 의견들을 말씀해 보시지요?”

최풍원이 임방주들을 향해 그동안 장사를 하며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라며 말을 넘겼다.

“나는 먼저 무엇보다도 우리들 간에 신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서로가 믿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하며 불안해서 경계를 할 것 아니겠소이까.”

양평 임방주 김상만이가 먼저 운을 뗐다.

“양평 임방주는 살을 붙여 얘기해주시오.”

광의리 임방주 김길성이 너무 막연하다며 김상만에게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