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민주당 “국가 원수 모독”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vs “오만과 독선”…또다시 파행 기로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12일 국회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새해 들어 두 달여 동안 공전을 거듭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된 국회가 다시금 파행 기로에 놓인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 여당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후 본회의장은 고성과 야유, 삿대질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설 직후 긴급 의총을 열어 나 원내대표가 ‘국가 원수를 모독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직접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현 정권의 안보 불안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할 말, 안 할 말 구분도 못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질세라 나 원내대표가 “할 말도 못 하느냐”고 맞서면서 연설은 25분간 중단됐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은 마무리 됐지만 민주당은 곧바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 일변도 발언을 내놨다. 이해찬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협상 상대인 홍영표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를 국회법 146조에 따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윤호중 사무총장과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장은 나 원내대표를 비난하면서 “국회에서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도 국회 의정활동에서 한국당 배제를 언급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당과 어떻게 하면 대응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야3당과 연대 등을 강화해서 한국당이 국회 내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개혁입법이 아무 지장 없이 통과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오히려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편의 얘기를 안 듣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졌다”며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왜곡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그런 얘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었다”며 “거기에 대해 더 설명할 것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윤리위 회부 방침에는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 상대방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자세로 간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문재인 정권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민의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권을 더 힘들게 한다고 본다”고 맞섰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국민에 대한 사과는 외신의 표현을 빌려가면서까지 실정을 지적하고 국민적 걱정을 전달한 야당 대표가 아니라 이런 현실을 초래한 청와대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를 방치한 민주당이 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선거제 개혁 및 민생법안 공조를 추진하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민주당의 나 원내대표 윤리위 회부를 명분 삼아 야권 공조를 위한 국면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로서 비판이 과한 면도 있다”면서도 “국회는 그런 얘기들을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두 달 공전 후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국민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며 “거대양당이 이렇게 진영싸움 하면서 좌파니 보수니 싸우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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