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부터 해마다 전람회를 준비하고 있는 청주 YWCA서양화반의 여덟번째 전시회가 1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문화센터나 동호인이 전혀 없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청주에 처음으로 여성들을 중심으로 문화모임을 가졌던 청주 YWCA서양화반은 지금은 미술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뛰어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우선 단순 서양화가 아닌 재료에 있어서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김옥련씨의 ‘컴포지션(Composition-2001)’은 한지를 이용한 작품이다.

한지를 펼쳐놓고 다른 한지 조각을 말아서 올려놓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조각 한지를 그대로 올리지 않고 태워서 뿌려놓은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허영미씨의 ‘겨울’은 대청호의 늪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이 작품도 기법이 특수하다. 일반 풍경화처럼 붓으로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긁어서 나타냈다는 점이다. 때문에 작품이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

김재은씨의 ‘시간이 흐르면’은 유화에 흙과 돌이 사용됐다. 썩은 통나
무를 통해 세월의 무상을 전달해 주고 있는 이 작품은 흙과 돌이 작품 구성에 사용돼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백선영씨의 ‘흔적-1’은 더욱 실감이 나는 작품이다. 흔적은 실제로 한지에 커피를 흘려 커피의 번짐과 흐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또 커피를 흘린 뒤 다시 태워 감각적인 모양을 연출하고 있다.

전윤숙씨의 ‘사노라면’은 아주 두꺼운 마티에르를 이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노라면은 어느 시골의 한 동네를 돌아보며 잊혀지고 있는 한국인의 자아를 돌이키게 만들어 준다.

양길진씨의 ‘세월’은 경주 석굴암 벽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세월 역시 단순히 유채만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작은 돌을 채로 걸러 모래처럼 가늘게 한 뒤 이를 뿌려 작품이 살아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문주영씨의 ‘리턴(return)’은 환경을 생각하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리턴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재활용 공장까지 가서 병과 주전자 등을 수집했다고 한다.

신동윤씨의 ‘또 다른 세계’는 여백의 미를 보여주고 있는 그림. 또 다른 세계는 북어 2마리와 함께 미처 그리지 않은 1마리의 북어를 통해 우리 삶의 실체와 허상을 전달하고 있다. 모든 것이 실체인 듯 하지만 쫓아가는 것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안정신씨의 ‘한여름밤의 꿈’, 신면식씨의 ‘정착’, 채봉희씨의 ‘만추’, 신선자씨의 ‘꽈리의 속삭임’, 조은실씨의 ‘환희’, 장연주씨의 ‘꿈’, 김태순씨의 ‘정’, 박애란씨의 ‘설레임’, 강경자씨의 ‘존재의 이유’ 등도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처럼 제8회 청주YWCA여류전은 상상을 초월한 재료 이용이 관심을 끌고 추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김혜숙 청주YWCA이사(충북미술치료연구소장)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들을 화폭에 한점한점 모아 전시회를 열게됐다”며 “다양한 표현욕구를 나름대로 장식한 작품들은 충북 미술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