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란 청주시 민원과 주무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독립선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나라 잃은 민족의 억눌렸던 고통이 고스란히 와닿는다. 동시에 억압의 굴레를 빠져나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민족 스스로 일어서길 원했던 선조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민족대표 33인 중 의암 손병희, 우당 권동진, 청암 권병덕, 동오 신홍식, 은재 신석구 선생 등 5명은 충북 출신의 독립운동가이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위치한 삼일공원에 가면 충북의 항일 독립운동가 513명의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충북이 다른 지역보다 민족대표가 더 많은 것을 봤을 때 독립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더욱 두드러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실 중 하나로 선조들의 독립정신, 교육 구국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엄숙히 3·1운동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옥산면의 덕촌마을을 소개하고자 한다. 덕촌마을은 충북의 독립운동가 검은(儉隱) 정순만 선생(1973~1928)이 출생한 곳으로, 지금까지 독립정신을 받들어 이어가고 있는 마을이다. 검은 선생은 독립협회를 창립해 유치호 등과 활동했고, 만민공동회에서 활약하다 나철, 남궁억, 안창호 등과 함께 체포됐다. 그는 상동청년회를 조직해 김구, 박용만, 이준 등과 활동하며 항일 독립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서전서숙을 설립해 여준, 이상설, 이동녕과 함께 민족교육과 독립사상을 일깨우는 강의에 앞장섰다. 이러한 그의 활동이 독립운동으로 인정돼 1986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선생이 만주로 망명하기 직전 설립을 발의한 ‘사립덕신학교’가 현 옥산초등학교로 개칭되면서 덕신학교의 자취는 잠시 사라지는 듯했으나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십시일반 모금으로 2016년 덕신학교가 복원됐다. 이후 유관 기관과 학술단체, 미래의 주인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운동 추진(예절교육, 시조창 교육 등)을 비롯해 덕신회보 발간, 학술세미나 등 독립운동의 정기를 되살리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 주민들 모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1972년부터 현재까지 약 40여 년간 삼일절 행사를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리고 그 뜻을 빛내기 위해 덕촌마을 전 가구에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쳐 생활 속에서 독립정신을 일깨우고 지키는 것을 마을 주민들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살아있는 애국정신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난을 헤쳐나간 독립유공자들의 정신과 혼, 어려움을 극복해 왔던 그들의 삶과 활동사항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우국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애국정신과 올바른 가치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보고 느끼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곁에 형형히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기록을 통해 현대와 후대가 함께 굳건히 애국정신을 이어갈 것을 마음 깊이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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