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호가호위(狐假虎威), 강한 자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호가호위(狐假虎威), 강한 자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다
  • 충청매일
  • 승인 2019.03.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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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00년 전국시대. 주나라 황실이 쇠약해지자 천하가 점차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각 지역의 제후들이 서로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군대를 확장하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였다. 특히 나라의 존립을 좌우하는 국방과 외교에 있어 독특한 계략과 전략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병법과 계책이다. 하루는 초나라 선왕(宣王)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주변 나라와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 재상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인가?”

그러자 신하들이 모두 입을 다문 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때 평소 소해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신하 강을이 나서서 대답하였다.

“북방 오랑캐들이 어찌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는 오랑캐들이 무지한 까닭에 그 본래 바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해휼이 가진 위엄이란 알고 보면 모두 대왕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하고는 강을이 여우와 호랑이 이야기를 빗대어 선왕에게 들려주었다.

“옛날에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무서워 한 가지 꾀를 내어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본래 하늘의 명을 받고 이 숲속으로 파견된 맹수의 제왕이다. 그런데 감히 호랑이 그대가 하늘의 뜻을 어기고 나를 잡아먹으려 하다니, 내가 맹수 중의 왕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느냐? 그러면 지금 당장 내 뒤를 따라나서라. 그러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호랑이가 이 말을 듣자 너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여우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여우의 뒤를 따라 나섰습니다. 과연 여우는 보통 존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숲속을 지날 때마다 모든 짐승들이 여우를 보고는 무서워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호랑이는 여우를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 도망친 것이 여우의 뒤를 따라가는 자신 때문인지는 결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강을이 이어 말했다.

“우리 초나라는 국토가 사방 오천 리에 백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는 가히 천하의 강대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잔인한 북방 오랑캐라고 하더라도 초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 저들이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뒤에 대왕께서 계시기 때문이지 결코 소해휼이 대단해서가 아닌 것입니다. 어찌 여우의 위세를 호랑이의 힘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책략을 편집한 책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이야기이다.

호가호위(狐假虎威)란 여우가 호랑이의 무서움을 빌려 위엄을 부리는 모습을 뜻한다. 높은 벼슬아치나 부자의 권위를 빌려 공갈을 일삼는 못된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인다. 차호위호(借虎威狐)라고도 한다. 우리 속담에 포수가 키우는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윗사람의 권세를 자랑하는 자는 도둑놈이고, 윗사람의 권세를 이용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니 부자와 벼슬아치를 평소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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