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풍원은 청풍 인근의 임방을 북진본방으로 합류시키는 대신 청풍 관내를 벗어나 더 넓은 지역에 본방이 관할하는 직거래처를 구축할 요량이었다. 강원도 영서지역을 담당할 영월맏밭임방, 경상도 와 단양 동쪽을 관할할 영춘임방, 제천임방, 도담삼봉이 있는 매포임방, 조산촌 일대를 관장할 단양 하진임방, 청풍과 단양 사이의 장회임방, 월악산 아래 덕산임방, 봉화재 아래 서창임방, 살미장과 가까운 황강임방을 새로 설치하고 양평임방은 청풍장과 직결되는 강나루가 있는 긴요한 곳이라 그대로 존속시킬 생각이었다. 영월 맏밭 역시 임방으로 격을 높이고 성두봉을 임방주로 삼아 그대로 존속시키고, 양평임방은 김상만 임방주가 본방으로 옮겨야하기에 독장수 금만춘을 새로 임방주에 임명할 작정이었다. 이외의 다른 지역 임방주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 마땅한 인물을 물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은 기존의 임방주들을 북진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임방주님들은 걱정이 되겠지만, 북진에 번듯한 여각과 전들이 생기고, 임방들이 다른 지역까지 늘어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물산들이 모여들게 될 겁니다. 여러 임방주들께서는 모여드는 물산들 중 자신이 취급하는 물건만 받아 장사를 하면 되니 이전 임방을 운영할 때보다 손은 덜 가고 수익은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최풍원이 북진으로 모이면 얻게 될 이점들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 모여 장사를 하는데 파는 물건이 겹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면 서로 분란도 일어날 텐데 그런 문제는 어찌할 텐가?”

박한달이가 북진에 모여 장사를 하다보면 겹치게 될 경우를 염려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북진여각의 규약을 만들 작정입니다. 서로의 장사 물목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약조와 침해했을 경우 상벌 같은 것을 명시한 규약을 만들어놓는다면 그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물건들의 값도 제멋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정해놓은 값을 받는다면 지금처럼 제멋대로인 물건 값 때문에 벌어지는 싸움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 물건 값을 담합하자는 얘기인가?”

“청풍도가처럼 폭리를 취하기 위해 값을 담합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값을 정해 우리 북진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물건을 제공하자는 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단 사람들이 북진으로 몰려야 하는데 그게 쉽겠소?”

“그것이 제일로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우리 북진으로 끌어들여야하는데 좋은 방안들이 있으면 여러 임방주들께서 내주기 바랍니다.”

최풍원이 모여 있는 임방주들을 향해 의견을 물었다.

“그동안 우리 북진본방에서 청풍관내 고을민들에게 수차례 도움을 주었으니 그들도 사람이라면 여기로 먼저 팔 물건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싶소이다.”

복석근 임방주가 지금가지 북진본방에서 베풀었던 일들을 열거하며 은공을 갚기 위해서라도 이리로 발길을 옮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말했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게 사람이여. 그렇게 사람들 마음이 고진이라면 싸움이 뭣 때문에 일어나는가. 그 사람들 발길을 억지로라도 이리로 오게 만들려면 빚 장부를 태우지 말고 여기 본방에서 꽉 움켜쥐고 있었어야 해! 그러면 빚 장부 때문이라도 북진으로 왔겠지! 그런데 몽땅 태워버렸으니 그 사람들이 아쉬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잘못한 일이여!”

장순갑은 지난 청풍장날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었다. 장순갑의 이야기 요지는 북진본방에서 빚 장부를 이용해 고을민들의 목줄을 쥐고 좌지우지했어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최풍원의 생각은 달랐다.

“순갑이 형님,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습니다. 사람들을 옥죄어 붙잡아놓는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마음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오도록 만들어야지 억지로 한다고 그게 되겠습니까? 어쨌든 그 중에 다소간의 사람들은 그래도 이리로 오겠지요. 거기에다가 북진에 갔더니 같은 물건인데도 청풍도가보다 값이 헐하다는 소문이 나면 더욱 늘어날 터이고, 그리 자꾸 하다보면 우리도 청풍도가만큼 장사가 단단해지겠지요.”

최풍원이 장순갑의 이야기에 반하는 의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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