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리 단리는 청풍장 길목을 틀어지고 있는데 임방을 없애면 사람들이 청풍장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을까 그게 염려되오이다.”

복석근이 단리의 지리적 이점을 들어 임방 이전의 불가를 피력했다. 단리는 청풍장 뿐만 아니라 수산장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게다가 청풍읍성 앞을 흐르는 남한강 상류의 여러 마을로 가는 물길과 접해 있기도 했다. 단리의 지리적 위치도 그러했지만 북진에 비해 청풍장은 단리의 인접 거리에 있었다. 장사는 문턱이었다. 사람들은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장터로 가기 마련이었다.

“우리 본방에서 빚도 갚아주었는데 그 공을 그리 잊을까?”

연론 박한달 임방주가 복석근의 말에 토를 달았다.

“사람들 마음이 언제까지나 그리 한결같겠소이까. 고마왔던 마음도 시간이 가면 점점 옅어지고 몸이 먼저 쉬운 길로 가겠지. 연론 임방주는 여적지 행상을 해왔으면서도 사람들 마음을 믿소이까?”

양평 김상만 임방주가 박한달의 말에 다시 토를 달았다.

“그건 양평 임방주 말씀이 옳은 듯싶소이다. 사람들이야 조금이라도 발품을 덜 팔고 더 이득이 생긴다면 이제껏 원수처럼 욕을 했어도 청풍도가로 가겠지요. 그걸 탓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문제는 차후에 방안을 생각해보고 우선은 우리도 하루바삐 합쳐서 힘을 한데로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소!”

모든 임방주들이 본방으로 합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최풍원의 결심은 단호했다.

“그렇다면 대주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소이까?”

복석근이 본방으로 임방들을 합치고 난 다음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지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우선 여러 임방들을 합쳐 본방의 구색을 갖출 것이오. 지금 우리는 본방이라고 하나 거느리고 있는 전 하나 없이 썰렁하니 찾아오는 장꾼들도 우리를 뜨내기처럼 보지 않겠소이까? 장사가 실속도 중하지만 남에게 보여지는 겉도 그 못지않게 중하다는 생각이오. 일단 임방을 합치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소이다.”

“겉도 중하지만, 속 장사도 중하지 않겠소이까?”

“물론이오. 지금까지는 각 임방에서 모든 산물들을 취급했지만 본방을 중심으로 여러 전이 만들어지면 임방주들은 각 전을 맡아 한 가지 물건만을 취급하게 될 것이오. 일테면 곡물전, 채마전, 어물전, 포전, 약초전처럼 한 가지 물목만 맡아 장사하게 되면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편리하지 않겠소이까?”

“그럼 본방에서는 뭘 합니까?”

“본방에서는 각 전들을 통괄하는 일을 하지요. 각 전들에서 사들인 물산들을 모아 대처의 상인들에게 넘겨 팔고, 각 전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대처에서 구입하여 공급해주는 그런 일을 하지요. 그것뿐 아니라 본방을 여각으로 만들 작정이오?”

최풍원이 북진본방을 북진여각으로 만들겠다고 임방주들에게 말했다.

“여각은 또 뭐유?”

“객사와 장사를 합친 것 같은 거요. 일테면 장사꾼들이 와서 장사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곳이오.”

최풍원이 한양 삼개나루에서 본 여각을 임방주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북진에 그런 여각이 왜 필요하오이까?”

“임방주들께서 북진에 전을 차리고 장사를 시작하면 어쨌든 사람들 왕래가 잦아지게 되지 않겠소이까. 인근 마을에서 오는 장꾼들이야 장을 보고 돌아가면 되지만 먼 타관에서 오는 장꾼들은 먹고 잘 곳이 없어 불편하니 숙박이 있는 청풍으로 건너갈 것이 아니오. 사람이 머물러야 거래도 일어나고 하는데 그저 스쳐만 지나가니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북진은 애써 죽 쒀서 개주는 꼴 아니겠소이까. 그래서 북진본방에 장사꾼들이 머물 수 있도록 이번에 여각을 만들 생각이오.”

“지금가지야 각 마을의 임방들에서 그곳 물산들을 모와 들였지만 전을 만들고 여각을 만든다 해서 사람들이 이리로 찾아오겠소이까?”

“그래서 생각한 복안이 있소이다!”

“그 복안이라는 것이 무엇이오?”

“각 마을에 있던 임방을 없애는 대신 상권을 넓혀 청풍 관내뿐 아니라 더 넓은 지역까지 넓힐 생각이오.”

“지금도 영월이나 조산촌이나 경상도 장사꾼들이 오가고 있지 않소이까?”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곳 임방들은 임방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거래소에 불가하지 않소? 이번에 새로 만들 임방은 북진여각과 결속력도 높이고 지역 범위도 확대할 것이오!”

최풍원의 생각은 확고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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