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나는 아버지가 운전사인 인생차에 어느 날 탑승 했다. 아버지 옆자리엔 어머니가 계셨다. 셋이서 행복의 길을 달리며 떡국 몇 그릇 먹다보니 어느새 뒷자리 탑승자가 6남 1녀가 되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자갈밭을 달렸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꽃길을 달리며 성장했다.

어느 날 나도 인생 운전 면허증을 취득했다. 초보운전으로 혼자 출발하여 더듬거리다 옆자리에 아내를 태우게 되었다. 함께라서 많은 힘이 되었다.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었기에 별 어려움도 모르고 나아갔다. 해가 바뀌며 뒷자리에 동승자도 생겼고 곧 3명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5명이 되어 함께 인생길을 달렸다. 차안은 온기로 가득했다.

어느 해인가 아버지 어머니께서 병환으로 운전사를 포기하고 우리 인생 차에 합류했다. 우리 차는 대만원이 되었다. 아이들 돌보랴, 직장 다니랴, 아버지 어머니 병원 모시고 다니랴, 힘들고 고달펐다. 이렇게 어려울 때 파도가 쳐도 그 자리를 지키는 바위처럼, 늘 옆자리를 지켜주는 듬직한 아내가 있었기에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었다.

고독한 운전자가 아닌 행복하고 즐거운 운전사였다. 때로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땐 바다를 찾았고, 마음을 채우고 싶을 땐 산을 찾았다. 바다에선 마음에 휴식을 주었고 산은 때 묻은 영혼을 씻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족의 충실한 운전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아버지 어머니는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5명이 되었다. 내 인생의 삶에 지쳐 휴식이 필요할 무렵 아들딸이 성장하여 인생면허증을 취득하고 그들도 우리 차에서 내려 각자 자신만의 운전사가 되어 출발했다. 이제 우리 차엔 아내와 나 둘만이 남게 되었다.

둥지에서 떠난 아들딸의 옆자리에 어느새 동승자가 생겼다. 자신들만의 길을 달리며 뒷자리에 아들딸을 태웠다. 새로운 그들만의 인생을 개척하며 달려가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의 운전사로서 서툴고 미흡했던 점이 많았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충분히 허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며 살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언제나 바르게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며 정도만을 달려왔다.

아버지 운전사가 떠나간 자리에 내가 가족의 운전사가 되어 목적지를 향해 간다. 인생이라는 차 안에서 우리 가족을 모두 떠안고 안전운전하며 나아간다. 양심적 운전자로 남은 인생도 함께 달려가겠다. 그 종점이 어데인지는 알지 못해도 쉬며 쉬면서 가겠다.

지금 각자의 인생길을 가고 있지만 결국엔 가족이라는 틀 속의 하나 된 인생길이다. 장시간 운전에 심신이 지친다. 이럴 때 옆자리에서 노래를 들려주니 다시 힘이 솟는다.

아침 햇살 가득한 거실에 앉아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 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만을 생각해 본다. 다른 가정의 운전사들도 모두 나와 같은 길을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갈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인생 운전사로서 도전하며 책임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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