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충청매일 충청매일] 성치산성은 대전시 동구 직동에 있다. 노고산성에서 바로 마주 보인다. 옥천 군서면 은행리 상은부락말동산 정상에 있는 성티산성을 성치산성이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혼동할 수도 있다. 옥천 성티산성은 관산성 전투와 관련 있는 배후기지라 할 수 있어 금강 유역의 요새인 직동 성치산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래서 옥천은 성티산성, 직동은 성치산성이라 부르기로 한다.

혼자라 외롭지만 낮은 산이라도 험한 산성 답사를 누구에게 함께 가자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냥 혼자 출발하기로 했다. 대청댐을 지나 대전으로 가다가 조정지댐 가기 직전에 옥천으로 가는 대청호반도로로 좌회전했다. 우거진 벚나무 가로수와 짙어가는 숲이 혼자 보기 아깝다.

가뭄 타는 계절인 보리누름인데도 만수된 호수는 꽃피고 녹음이 짙어가는 산봉우리들을 그림처럼 담아내고 있었다. 찬샘체험마을 광장에 차를 세웠다. 여기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노고산성이, 동남쪽에는 견두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둘러싸고 있고, 동북쪽 봉우리가 성치산성이다.

찬샘정으로 가는 작은 고갯마루에서 ‘성치산성 2km’라고 이정표가 안내한다. 1시간만 걸으면 된다. 잠깐 사이에 날망에 올랐다. 여기부터 등마루를 타면 된다. 녹음이 짙다. 어느 주검의 원혼일까. 간혹 울어대는 새소리에 산은 더욱 고요하다. 길은 뚜렷한데 사람은 없다.

오늘은 마룻길이 모두 내 차지이다. 등마루 오르내림을 몇 차례, 등줄기가 땀에 젖을 때쯤 마지막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가면 정상이다. 이정표가 또 있다. 살펴보니 핏골 마을에서 여기까지 수렛길이 바로 나 있다. 성치산성만 본다면 여기까지 와서 차를 세우고 산을 올라가면 될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오르막을 올랐다. 혼자서는 정상의 이 고요가 무섭다. 문득 무너진 돌무더기가 잡목 속에 숨었다. 남문지로 보이는데 돌만 수북하게 굴러 내린다. 돌 틈에서 해골이라도 나올 것 같다. 동쪽 사면에는 군데군데 성벽의 흔적이 남았으나, 북쪽 사면은 그냥 너덜이 되었다. 문지에 기와조각이라도 있는지 살폈다. 찾을 수 없다.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은 단을 모은 것처럼 흙을 쌓아 올려 두둑하게 높은 곳이 있다. 장수가 지휘한 곳이다. 테뫼식으로 석축산성 둘레가 고작 160m인데 무슨 장수가 있었을까?

오늘날 소대 정도도 안 되는 한 무리의 군사가 이곳에서 정찰 임무를 띠고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먼 데를 살펴볼 수 있는 망루라고 하는 게 좋겠다.

북쪽 성벽은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북동 성벽은 흔적이 뚜렷하게 살아있다. 가로 50㎝, 높이 20㎝ 정도로 납작한 화강암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성벽 15단 정도가 3~4m나 남아 있다. 성의 외벽은 높이가 2~3m나 되어 높지만 내벽은 1~2단 정도로 나지막한 협축산성이다.

돌은 크지 않은 화강암을 다듬어 쌓았다. 쌓은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장정이나 축성의 기술이 없는 사람도 우리 겨레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벽은 3~4m 정도 남아 있고, 또 2~3m정도는 무너져 내렸고, 이어서 또 3~4m가 정확히 남아 있었다. 성은 전체적으로 고구마 모양으로 길쭉한 타원형이다. 가운데 불룩한 곳은 장대나 망루가 아니면 모성인 계족산성으로 신호를 보내던 봉수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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