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청매일] 그동안 북진본방에 큰일이 생겨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장순갑이었다. 그러던 장순갑이 북진본방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최풍원의 의견에 쌍심지를 켰다.

“순갑이 형님,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고 이제껏 해오던 방식대로 장사를 하면 앞으로도 청풍도가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없소. 더구나 지난번 일로 청풍도가 김주태는 잔뜩 독이 올라 틈만 보이면 우리를 꺼꾸러뜨리려고 할 것이오.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는 청풍도가를 막을 수 없소. 북진본방도 힘을 합쳐 청풍도가가 우리 북진본방을 쉬 여기지 못하도록 세를 늘려 그들 마음대로 하지 못 하게 대응해야 하오. 지금 빨리 바꿔나가지 않으면 우리 북진본방은 청풍도가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도리어 그들에게 당하고 말 것이오!” 

최풍원이 다시 한 번 본방에 모인 임방주들에게 오늘 모인 목적을 강조했다.

“동감이오! 장사도 싸움이오. 밀리기 시작하면 망하는 것이오. 지난번 일로 청풍도가에서는 호시탐탐 우릴 죽이려고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오. 우리가 지금 가진 것이 뭐가 있소이까? 청풍도가처럼 축적해놓은 재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상권이 넓은 것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밖에 더 있소.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 장사를 해나가지 않으면 미구에 청풍도가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오!”

연론리 박한달 임방주가 최풍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벌써 수년이 지나도록 본방에서 우리 임방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 이제껏 알짜는 본방에서 몽땅 챙기고 생색은 본방에서 다 내고 있는데, 우리 임방들은 본방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지난번 청풍장날 고을민들 빚을 갚은 쌀은 어디서 난 것이냐? 함께 똘똘 뭉치자며 같이 장사를 해서 남은 것이라면 우리 임방들에게 나눠주어야 할 쌀이 아니냐. 그걸 왜 본방에서 마음대로 퍼주냔 말이다. 그게 뭉치고 장사하는 것이냐? 그런데도 니들은 또 뭘 하자는 말에 얼씨구나 하고 동조를 한단 말이냐?”

장순갑이 한심하다는 듯 임방주들을 질타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북진 임방주는 그런 소릴 못 하지! 우리 임방주들 중 가장 덕을 많이 본 것도 네 놈이고, 땅이나 파며  근근이 살던 땅두더쥐 땟물을 벗겨주고 지금처럼 인간꼴을 만들어준 사람이 대주 아니냐. 게다가 본방에 급한 일이나 힘을 보태야 할 때 한 번이라도 뭘 내 논 적이 있느냐. 그런 놈이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으냐? 나 같으면 주둥이가 열 댓 개라도 그런 입 찬 소리 못 하겄다!”

양평 김상만 임방주가 장순갑을 몰아 세웠다.

“야, 이놈아! 장사가 인정으로 하는 것이냐? 장사는 지 애비도 속여 먹는다 했다. 이득도 생기지 않는 장사를 뭣하러 한단 말이야?”

“니 애비 에미 속여먹는 그런 장사, 너나 잘 해처먹어라!”

장순갑의 말에 화가 돋친 김상만이가 막말을 퍼부었다.

“두 임방주님들은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다른 임방주님들 의견은 어떠십니까?”

최풍원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다른 임방주들의 의견을 물었다.

“난, 인제 농사는 작파하고 장삿길로만 나섰다우. 먹고사는 것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농사를 지으며 장사를 할 때보다는 훨씬 살림도 폈소이다. 북진 임방주는 본방이 뭘 해준 게 있느냐고 따지지만 이게 본방 덕택이지 뭐겠우. 나도 북진 임방주처럼 많이 벌고 싶지만 사람 욕심이 금덩어리를 끌어안고 있다한들 끝이 있겠슈. 어느 정도면 족한 줄 알고 내려놔야지. 또 아무리 장사라도 내 욕심만 차리면 사람이 찾아오겠우? 서로 주고 받아야지!”   

광의리 김길성 임방주가 타이르듯 장순갑에게 말했다.

“나라고 그걸 모르겠나. 하지만 나보다 남이 더 덕 보는 장사라면 그게 아까워서 하는 소리 아닌가?”

어쩐 일로 김길성의 말에 장순갑이 고분고분해졌다. 모를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장순갑 행태로는 그리 쉽게 수그릴 위인이 아니었다.

“대주, 우리 임방에서 뭐를 어떻게 하면 되겠소?”

학현 배창령 임방주가 물었다.

“이번에 내가 한양을 가보니 그곳은 각 전마다 도가를 만들고 임방을 두어 자기들끼리 뭉쳐 물건 수급도 조정하고 물건 값을 정하며 장사를 하고 있더이다. 서로 장터 정보나 물건 시세를 알려주며 수시로 교류하니 장사꾼이나 장꾼들과 충돌할 일도 없고 참으로 수월해 보이더이다. 그런 계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최풍원이 일종의 장삿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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