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미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요즘은 봄방학 없이 겨울방학을 12월 말쯤 해서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초등학교가 많다. 워킹맘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자녀들 방학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하는데, 보통 방학엔 오전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고 점심 먹고 오후는 학원을 다니는 일과인데 학년을 마치고 이사로 전학을 해서 방과 후 수업을 못 받는 상황이라 이번 겨울방학은 나에게 더 큰 숙제를 안겨줬다.

열세 살, 열 살 두 자매가 오후에 각자 학원을 가는 1~2시간을 제외하고는 둘이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 컸으면 둘이 있는 게 큰 무리는 아니지만 워킹맘인 나는 어쩔 수 없이 쓸 데 없는 앞선 걱정들을 하게 된다. 

엄마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절대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 주지 마라, 뜨거운 물 조심해라, 학원 갈 때 차 조심해라, 마스크 꼭 써라... 현관에서 신발 신으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매일 똑같이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말하며 출근하는 내 모습이다.

이번 방학엔 두 자매가 어느 정도 컸다 생각해서 미션을 줬다. 아침 설거지와 청소는 언니, 점심 설거지와 빨래 개기는 동생. 처음엔 약간의 반발도 있었지만 한 달 넘게 아직까지는 서로 미션을 잘 수행하며 아름다운 방학을 보내고 있다. 

사실 방학을 앞두고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점심이었다. 한참 성장기 자매라 그런지 보통 성인만큼 먹고 간식까지 먹는데 사실 방학 때는 엥겔지수가 수직 상승한다. 평소 보다 일찍 일어나 점심 준비까지 하고 출근하면, 현실은 오전 9시 업무 시작인데 몸은 퇴근시간임을 알려줘 당장 믹스커피를 먹어야만 하는 기 빨리는 느낌. 삼시 세끼를 신경 쓰자니 정말 학교 점심 급식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번은 늦잠을 자서 점심 준비를 못 하고 나와 점심에 라면을 끓여 먹으라고 했더니 두 자매가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라면의 위대함을 알았는데 그 후론 엄마의 늦잠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싸우고 서로 이르느라 하루에도 수없이 나의 전화기가 울리고 여전히 투닥투닥 지내고 있지만 나의 가장 큰 걱정이었던 점심도 이젠 김치볶음밥에 계란 프라이까지 해서 점심 메뉴를 사진 찍어 전송하는 것을 보면 분명 앞선 나의 걱정이었던 게 맞지 싶다. 사실 엄마로서 내가 하는 건 기다려주면 되는 건데 늘 방학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앞선 걱정들을 하게 된다. 

이제 곧 3월, 대망의 개학이 다가온다. 이처럼 반가운 3월이 또 있었을까? 나의 앞선 걱정 덕분에 방학 동안 포동포동해진 두 자매의 볼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된다. 과연 다음 방학 때는 좀 더 여유로운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엄마의 성장도 기대해 본다. 아마도 3월 개학 첫날 점심은 나도 자매들도 정말 가볍고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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