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청매일] 북진본방의 장사가 활기를 띠며 상권이 넓어지자 청풍도가에서 견제하기 시작했다. 청풍도가는 북진본방의 목을 죄기위해 자신들에게 빚 진 고을민들을 옥죄어 각 마을의 임방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겁박했다. 고을민들은 북진본방으로부터 그간 자신들이 받은 은덕을 생각해 임방과 거래를 하고 싶어도 그것은 마음 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청풍도가의 명을 거부하면 당장 빚을 몽땅 갚으라고 요구하거나 만약 앞으로 무슨 급박한 일이 생겼을 때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을민들이 약삭빠른 것이 아니라 우선 당장 살려면 그리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백성들 처지였다. 가진 놈, 있는 놈에게 붙어 굽실거리며 머리를 조아리지 않았으면 이미 예전에 집안 꼬라지는 풍비박산이 났을 것이었다. 그것을 번연히 알고 있는 북진본방의 최풍원으로서는 무턱대고 고을민들에게 임방에 물산들을 가져오라고 할 수 는 없는 일이었다. 고을민들이 마음 놓고 임방을 찾아갈 수 있도록 청풍도가라는 걸림돌을 해결해주어야 했다. 그래서 계획한 것이 청풍도가에 진 고을민들의 빚을 청산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북진본방과 임방이 사는 길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벌어지게 될 북진본방과 청풍도가의 관계였다. 엉겁결에 당하기는 했지만 그대로 있을 청풍도가가 아니었다. 분명코 어떤 방법으로든 북진본방을 꺼꾸러뜨리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릴 것이었다. 청풍관내에서 청풍도가와 북진본방이 함께 뜻을 모아 장사를 해도 될 일이었지만 그것은 이 씨와 김 씨가 성을 합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었다. 종당에는 둘 중 하나가 꺼꾸러져야했다. 둘 중 하나가 꺼꾸러지는 것도 우선은 나중 일이고 북진본방으로서는 당장 청풍도가의 술수를 막을 방도가 시급했다.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것은 상대방을 잡아먹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방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북진본방이었다. 북진본방이 살아남으려면 몸집을 키우는 것이었다. 장사가 몸집을 키운다는 것은 상권을 넓히는 것이었다. 북진본방이 상권을 넓히려면 지금의 상태에서는 곤란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의 구조와는 다른 쇄신된 면모로 탈바꿈을 해야만 했다.

최풍원은 북진본방을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각 마을의 임방주들과 장사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장사꾼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그것은 장사꾼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꿈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루고 북진본방과 임방들이 성업을 이루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했다.

북진본방 대주 최풍원이 각 마을의 임방주들을 모두 소집한 것은 청풍장날이 지난 며칠 후였다.

“지난 청풍 읍장에서는 별다른 충돌 없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여러 임방주들께서 힘을 보태준 덕분입니다!”

최풍원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날 대주께서 마을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빚 장부를 태워버린 것을 두고 칭송들이 대단합니다!”

광의리 임방주 김길성이었다.

“우리 마을에서도 청풍도가 김주태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최풍원 대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소이다!”

이번에는 양평 임방주 김상만이었다.

“우리 임방에도 빚 청산이 끝난 후 물산들을 들고 지고 오는 마을사람들 발길이 엄청 늘었소이다. 이게 다 대주 덕분이외다!”

연론리 임방주 박한달이 최풍원의 면전에서다 대고 치사를 했다.

“청풍 관아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도 북진본방에 대한 소문이 떠르르하답디다! 그날 청풍장에서 한 일로 우리 북진본방 위상이 한껏 올라갔구먼요!”

“본방만 그런가. 대주 명성은 어떻고!”

모두들 북진본방과 최풍원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이게 어찌 저 혼자 한 일이겠습니까. 여러 임방주님들이 함께 해준 덕분입니다. 임방주님들께서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제 혼자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여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북진본방도 변모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임방주님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최풍원이 오늘 모인 연유를 밝혔다.

“사람들 평판도 하늘을 찌르고, 각 임방마다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지며 장사도 잘돼가고 있는데 뭘 바꾼단 말이오?”

오랜만에 나타난 북진 장순갑 임방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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