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청매일] 정부가 그동안 강조했던 정의·공정사회가 아직도 멀리 있음이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불과 1년여 전에 발표했던 제도개선 방안도 현장에선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일 정부가 밝힌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는 채용비리 관행이 여전히 뿌리 깊게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지난 3개월간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나온 채용비리 형태는 편법이 난무했다.

정부는 910개 공공기관 등에서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해 이중 부정청탁과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을 수사 의뢰키로 하고, 채용과정에 중대 과실이 있는 146건은 징계·문책을 요구키로 했다. 특히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채용규정이 불명확하거나 규정 미비 등 업무 부주의 사안도 2천452건이 발견됐다. 충북지역도 충북대병원과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충청북도체육회 등 3곳이 징계 요구 대상에 포함됐다.

적발된 사례들은 우리사회에서 그나마 공정한 경쟁 조직이라고 믿어왔던 공공기관이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한다. 경북대병원은 응시자격이 없는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다.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는 서류전형의 배점을 조정하고 객관적 기준 없이 임의로 평가·채점해 직원의 자녀가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 결과 1등으로 합격했다.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노리고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시키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상급자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닌 비 상시업무 종사자 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공영홈쇼핑에서는 고위직 자녀 포함 6명을 신규채용 시험을 거치지 않고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자녀나 조카, 지인의 면접에 들어가거나 기관장이 별도의 기준 없이 임의대로 채용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관별로는 의료계와 예·체능계 등 특수 전문기관의 채용 비리가 가장 많아 강력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부정합격자는 퇴출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는 다음 채용단계(필기시험 피해자는 그 다음 단계인 면접, 면접은 즉시 채용)에 재응시할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공직자 가족채용 특혜 방지, 채용비리자 징계 감경 금지와 승진 제한, 인사·감사 업무 보직 배제 등의 개선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다. 특권과 반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채용비리는 앞으로도 독버섯처럼 존재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청년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의 꿈을 꺾는 채용비리는 사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부는 더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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